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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영상] ‘편견 없이’ 만났다…비로소 대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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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하이네켄의 ‘분열된 세계, 마음을 열어요’ 실험광고]

소수자와 소수자를 혐오하는 이 짝 지어서

서로 입장 모른채 공동작업하고 친밀감 키운 뒤

입장 영상 공개…‘대화 혹은 떠날건지’ 선택토록

실험 참여자 6명 중 6명 모두 ‘대화’ 선택

9일 만에 조회수 300만회 넘으며 반향 일으켜

외신은 이달초 논란된 펩시 광고 대비해 호평



“여자는 애나 낳아야 한다”고 말하는 남성이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는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과 상처받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이네켄은 지난 20일 페미니스트와 여성 혐오자, 트랜스젠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트랜스젠더, 기후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과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람 사이에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지 실험하는 내용의 광고를 유튜브에 올렸다. ‘분열된 세계, 마음을 열어요’ 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 영상은 28일 조회 수 300만회를 넘어서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광고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른 채로 만나 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눈 뒤 탁자를 만드는 공동 작업을 시작한다. 사전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자신들이 우리의(남성의) 애를 낳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 혐오 발언을 한 남성과 “나는 100% 페미니스트다. 여자는 집에 있어야 한다는 사람과 내가 친구가 될 수 있겠나?”라고 말한 여성은, 평범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어린 시절의 힘든 경험을 이야기하며 탁자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서로 친밀감을 쌓아간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전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는 너무 이상하다. 우리는 아직 트랜스젠더 같은 것을 보거나 이해할 준비가 안 돼 있다”라고 주장했던 남성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만난 트랜스젠더 여성과 호의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기후변화는 헛소리다”라고 말한 남성과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해 충분히 대처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 남성은, 서로의 입장에 대해 모른 채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당신은 내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고, 서로 언쟁이 아니라 토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화를 이어갔다.

광고는 두 사람이 탁자를 만드는 작업을 완료해 친밀감과 성취감이 가장 높아져 있을 때, 갑자기 사전 인터뷰 영상을 보여주고 선택을 요구한다. “지금 이 자리를 떠나거나 서로의 차이에 대해 맥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광고에 나온 6명은 모두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을 택한다. 사실 페미니스트와 여성 혐오자,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사람의 관계는, 단순히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조합이라기보다, 정치적 소수자와 소수자를 억압하는 사람의 관계다.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 관계라기보다, 소수자의 이야기에 다른 쪽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 관계다. 따라서 이야기의 결론도 자연스럽게 소수자의 이야기에 상대방에 공감하는 쪽으로 흐른다. 트랜스젠더를 이해할 수 없다던 남성은 트랜스젠더 여성과 마주 앉아 “인생은 흑백이 아니다”라며 “연락하고 지내자, 내 여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문자를 주고받는다고 화를 내겠지만 말이다”라며 대화를 나누고, 여성 혐오자는 페미니스트에게 “가부장제를 때려 부수자”며 건배를 청한다.

외신에선 이 광고가 최근 논란이 됐던 펩시 광고와 대비돼 다뤄졌다. 지난해 7월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열린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드레스를 입고 무장 경찰 앞을 막아선 흑인 여성의 인상적인 모습을 참고해 만들어진 펩시 광고는, 해당 시위가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비난을 받고 이달 초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영이 중단됐다. <인디펜던트>는 “물론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하이네켄 광고는 전체적으로 화합에 대한 상당히 성공적인 논의를 이끌어냈다. 유튜브에서도 ‘브랜드가 정확하게 올바른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다루는 것이 좋았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하이네켄은 펩시가 그 당황스러웠던 광고에서 원래 목표로 했을 것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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