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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아웃도어 부진한 사이 스포츠웨어 화려한 부활 건강 열풍에 힙합 문화 가세 1020 주도 스트리트 패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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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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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이지부스트 350 V2 싸게 팔아요. 150만원대면 파격가죠.”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이지부스트는 지난해 2월에 나온, 미국 래퍼이자 힙합계 대부인 카니예 웨스트가 아디다스와 협업해 만든 신발이다. 당시 13개국 40여개 극장에서 행사를 동시 생중계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출시 가격은 25만원대. 지금은 오히려 5배 이상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니 말 다 했다. 이쯤 되면 스포츠웨어가 아니라 문화 상품에 가깝다 싶다. 그 덕분인가. 아디다스 본사는 물론 아디다스코리아 또한 급성장세를 타더니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때 ‘추리닝 패션’으로 취급받으며 아웃도어, 골프웨어 성장세를 부러워했으나 어느새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스포츠웨어 시장. 지금 왜 스포츠웨어가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신사동 필라테스 전문점 ‘필라테스 필 무렵’. 한 개층만 사용하다 최근 신사역 인근 3층짜리 독립 공간으로 확장 이전했다. 김보람 필라테스 필 무렵 대표는 “연예인, 운동선수 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필라테스가 최근 건강 열풍으로 빠르게 일반인으로까지 확산됐다. 주변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 주부 등 연령대, 직업군도 다양해지고 있다. 고객 요청으로 전용 스포츠웨어도 소량 판매하고 있는데 유명 브랜드 외에 로우에이트, 락웨어, 뮬라웨어, 젝시믹스 등 희소 브랜드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트렌드는 신용카드 빅데이터에서도 알 수 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얼짱’ ‘몸짱’ 등 외모,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관련 가맹점 수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2011년에 헬스 업종의 신규 가맹점 수는 3061개였던 것에 반해 지난해엔 5969개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전 연령대에서 건강 관련 소비금액을 늘리고 있어 관련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스포츠웨어 시장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지난해 국내 스포츠웨어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5.8% 성장한 6조9807억원으로 추정했다. 실내 피트니스, 체육관 등의 인프라가 확산되면서 동반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포츠웨어 재조명 주요 이유는

▷입소문 강한 여성·중고생 사로잡아

건강, 몸짱 열풍 현상을 전문용어로 ‘애슬레저 각광 현상’이라고 한다. 애슬레저는 ‘애슬래틱(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 운동에 적합한 고기능성 소재에 패션 감각을 가미한 새 유행을 뜻한다. 이를 구매력과 바이럴(입소문)에 능한 여성 고객이 적극 소비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015년에는 컴프레션 웨어, 래시가드 등 전문 브랜드가 뜨고 피트니스와 기능성 위주로 주목받는 애슬레저 시장이 최근엔 라이프스타일로 라인이 확장되면서 일반인들의 구매로 이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애슬레저 시장 규모가 1조5000억원으로 성장하고 2018년에는 2조원 시장으로 커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애슬레저 시장만 전체 스포츠웨어 매출의 약 1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스포츠웨어 시장이 뜨는 이유로 중고생 시장은 물론 2030세대에서 이를 단순 운동복이 아니라 일상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한때 아웃도어, 골프웨어 시장의 약진으로 스포츠웨어는 찬밥 신세인 시절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디다스처럼 조용히 은근 선전하는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적잖았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중고생, 2030세대를 공략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노스페이스, 네파를 위시한 아웃도어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최근 3년만 놓고 보면 뉴발란스를 거쳐 지금은 아디다스로 선호도가 급격히 이동했다는 게 정설”이라고 귀띔했다. 이들이 대학 진학이나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스포츠웨어를 일상복, 이른바 스트리트(길거리) 패션에 접목시키면서 지금의 스포츠웨어 전성시대가 시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류재욱 네모파트너즈 총괄사장은 “해외에선 이미 힙합과 스포츠웨어 협업이 대세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쇼미더머니’와 같은 힙합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젊은 층에 어필하기 위해 스포츠웨어가 국내 힙합 가수와 협업하는 식으로 파고들어 조명을 크게 받았다. 이들 세대는 나이키나 아디다스를 빈부의 기준이 아니라 문화적 소속감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구매하며 또 열광한다. 주요 스포츠웨어 브랜드들도 이런 문화계와 협업 시도를 계속하면서 독특하고 희소성 있는 재미를 제공,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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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이 배드민턴, 테니스, 골프 등 세분화된 운동 종목에 맞는 전용 라인을 신설하고 있다. 사진은 푸마가 최근 새로 내놓은 테니스 코트화 ‘바스켓하트’, 애슬레저 시장의 대세 아이템으로 떠오른 트랙슈트. 아재 패션의 대명사였던 ‘추리닝’이 스트리트 패션을 주름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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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점령한 스포츠웨어 브랜드

▷오리지널스 인기…아디다스 매출 1조

스포츠웨어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는 어딜까. 단연 아디다스의 약진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아디다스코리아는 매출액 1조4억원을 달성해 업계 최초 1조 클럽 고지를 찍었다. 전년 대비 11.4% 성장한 수치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성장과 ‘NMD’ 슈즈, 후디, 벤치파카가 완판 행진을 보여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키즈 라인 판매도 빠르게 확대돼 이 부문만 지난해 약 800억원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힙합, 스트리트 패션 시장을 점령 중인 아디다스의 서브 브랜드다. 특히 아디다스 후디는 중고생들의 패션 대세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울트라부스트, 이지부스트 등 ‘○○부스트’류의 러닝화도 히트를 쳤다. 판매, 배송 과정에서 ‘e-Tail’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효과를 봤다. 아디다스코리아 관계자는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고객과 가장 근거리 매장으로 배송시켜 24시간 내 제품 수령이 가능하도록 한 서비스로 2011년부터 ‘e-Tail’로 일컬어지는 옴니채널 마케팅을 펼쳤다. 이를 통해 판매점과 직영점의 공생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 강자 나이키도 애슬레저 트렌드 부상으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린다. 나이키코리아 측은 “정확한 매출 규모를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나이키·아디다스가 전통적인 강자로서 입지를 굳건히 했다면 신흥 강자는 뉴발란스와 데상트다. 뉴발란스는 중국 지역 매출을 합쳐 1조원을 바라본다. 국내에선 지난해 약 4500억원 매출을 올렸다. 뉴발란스는 특히 ‘예쁘고 발이 편한 운동화’ 이미지를 굳히며 인기몰이 중이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운동화에 ‘달마시안’ ‘체리블라썸’과 같은 애칭을 붙여 소비자들에게 각인 효과를 준 것이 특징. ‘시즌 한정판’ 마케팅 전략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주효했다. 올봄에 선보인 ‘775 핑크’ 운동화는 예약 판매 후 하루 만에 전량 매진됐고 추가 생산 물량도 3일 만에 완판되는 등 인기를 과시했다.

데상트코리아도 뉴발란스와 함께 성장세를 구가 중이다. 2013년 4978억원이던 매출이 3년 만인 지난해 6786억원으로 36% 껑충 뛰었다. 데상트의 현재 국내 매장 수는 백화점 96개·직영점 7개·대리점 105개·아웃렛 25개로 총 233개에 달한다.

국내 시장이 커지자 해외 브랜드들도 속속 국내로 확장을 시도한다. 올해 초 언더아머가 국내 직진출을 선언하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언더아머는 미국에서 나이키와 아성을 위협하는 브랜드다. 운동선수들이 기능성 스포츠웨어로 즐겨 찾는 언더아머는 도전정신, 일명 ‘언더독’의 콘셉트를 브랜드 철학으로 내세우며 국내에서도 고객들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국내 진출한 브랜드 중 여성 패피(유행을 선도하는 ‘패션피플’의 준말)들의 구애를 받는 건 룰루레몬이다. 룰루레몬은 ‘요가복’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아시아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청담동에 오픈했으며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8월에는 강남 삼성동에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였다. 오는 상반기 중 신세계 하남스타필드에 3호점에 이어 국내 지사도 둥지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리앤풍그룹의 투자를 받아 글로벌브랜즈그룹이 국내에서 운영 중인 브랜드 ‘스파이더’도 론칭 2년 만에 빠른 속도로 사세를 넓힌다. 스파이더는 스키, 클라이밍, 사이클 종목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올해 약 700억원 매출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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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슬레저 인기 품목은

▷‘신소재+패션’ 레깅스·트랙슈트 각광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잘나가는 아이템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여성용 애슬레저 핵심 아이템으로 단연 스포츠 레깅스가 돋보인다. 신축성이 좋아 활동하기 편하고, 화려한 프린팅이 더해져 패셔너블하다는 평이다. 오픈마켓 G마켓에선 2년 새 스포츠웨어 판매량이 40% 이상 증가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스포츠 레깅스 수요가 급증했다. 2016년 기준 스포츠 레깅스 판매량은 2014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육상선수나 입는 것으로 여겨졌던 트랙슈트도 최강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방금 체육관에서 나온 듯한 패션의 대명사가 트랙슈트다. 이소룡이 자주 입던 그 빨강·파랑 ‘추리닝’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기존 스포츠웨어 브랜드뿐 아니라 기존 패션 업체들도 트랙슈트의 인기를 공략하며 다양한 소재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러닝화 인기도 뜨겁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지난 3월 출시된 나이키 ‘베이퍼맥스’. 베이퍼맥스는 나이키 에어맥스 론칭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상품으로 출시 당일 나이키닷컴에서 90초 만에 품절됐다. 베이퍼맥스는 여성들의 스니커즈 스타일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업계에 이슈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나이키코리아 관계자는 “베이퍼맥스 출시 당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대부분의 수량이 매진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에는 스포츠웨어를 착용하는 분야가 일반적인 운동에 국한됐다면 일상에서 즐기는 스포츠 종목이 세분화되면서 브랜드도 그에 걸맞게 차비를 하고 있다. 각 브랜드마다 특정 스포츠 전용 라인을 신설해 전문성을 강조한 상품이 많다.

르까프는 배드민턴 라인을, 휠라는 테니스 패션을 주름잡는다. 테니스 코트화를 본떠 만든 휠라의 ‘코트 디럭스’가 대표적이다. 코트 디럭스는 지난해 9월 출시 직후 초도 물량이 완판되고 재입고될 때마다 매진을 빚는 등 5개월 만에 15만켤레가 팔렸다. 코트화는 사실 1980~1990년대 전후로 스포츠 브랜드들이 선보인 신발이다. 이 코트화를 재해석해 내놓은 신발들이 인기다. 푸마도 지난 1분기 코트화 ‘바스켓하트’가 히트상품으로 꼽혔다.

▶성장세 유지할까

▷문화 콘텐츠와 협업, 확장성 커질 듯

최근 업계는 스포츠웨어 중에서도 여성용 ‘우먼스’ 부문의 성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요가, 필라테스, 크로스핏 등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여성 소비자가 스포츠웨어 시장의 큰손으로 뜨고 있다는 얘기다. 나이키 관계자는 “여성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내면의 에너지를 발산시켜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도록 브랜드 차원에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발란스는 아예 여성 전용 매장을 선보인다. 이랜드 관계자는 “우먼스 라인 확장을 위해 첫 모델로 김연아 선수를 택해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여성 전용 매장을 20개 출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종이나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확장성을 더 키워갈 거란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삼성패션연구소는 “미국 등 스포츠 선진 시장에서는 언더아머나 아디다스 등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셀러브리티나 각계 스타들과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쏟아내왔다. 여러 가지 문화 콘텐츠와 협업해 만든 아이템들은 기존 브랜드에 희소성을 더하며 추가적인 가치 상승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포츠가 전해주는 ‘에너지’와 ‘웰빙’의 이미지는 다른 산업과 연결시켰을 때 시너지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식품, 유통, 문화 등 다른 산업과의 연결고리를 잘 찾는다면 블루오션을 찾아낼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서은내 기자 thanku@mk.co.kr / 그래픽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5호 (2017.04.26~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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