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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꾹꾹 눌러 쓴 희망의 손 글씨가 중환자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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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제성모병원 박하나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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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연필보다는 SNS나 키보드가 익숙한 시대, 대학병원의 한 간호사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를 돌보며 손 글씨를 통해 절망에 빠진 환자에게 희망을 준 사연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의 박하나 전문 간호사다. A씨(76)는 지난 1월 폐렴으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에 입원했다. 폐렴 치료 후에도 계속되는 호흡곤란으로 검사를 한 결과 심장의 관상동맥 대부분이 막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관상동맥의 90%이상이 막혀있어 관상동맥조영술로도 치료할 수 없었다. A씨는 관상동맥우회로이식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입원하기 전부터 청력이 낮아 보청기를 착용했던 A씨를 위해 주치의인 윤치순 교수(흉부외과)를 비롯한 의료진은 메모지를 통한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비관하며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이에 박하나 간호사는 메모지에 '울지 마세요', '용기를 내세요'와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직접 적어 A씨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 후 A씨는 혈압, 맥박 등의 바이탈 사인(vital sign)이 좋아져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일방 병실로 옮겨진 뒤에도 귀가 어두운 A씨를 위해 의료진은 화이트보드를 준비해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했고, A씨는 입원한 지 50여일이 지난 3월 9일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다. A씨의 보호자는 "중환자실 입원 당시 A씨가 유서까지 준비했다"고 전했다.

A씨는 "사경을 헤매며 유서를 쓸 당시 '울지 마세요' '용기 내세요' '얼마든지 살 수 있어요'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감명 깊었다"면서 "이에 용기를 얻고 억지로 밥을 삼키며 살기 위해 발버둥쳤다. 이때의 용기를 생활의 모토로 삼겠다. 박하나 간호사에게 감사하다"고 퇴원하기 전 손수 쓴 편지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하나 간호사는 "병상에서 우울해 하시는 것 같아 힘내시라고 한 것뿐인데 기억을 하고 계셔서 놀랐다"며 "저 뿐만 아니라 윤치순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의료진의 노력과 환자분의 의지로 건강을 회복한 것"이라며 기쁨을 표시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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