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4 (화)

[내 삶 속의 선거] “北에선 어떤 선거든 100% 동의… 민주국가서 투표는 변화의 시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⑦ 첫 대선 치르는 탈북대학생

2014년 4월 16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때늦은 수학여행으로 난생 처음 제주도를 찾은 탈북자 김영희(26·가명)씨 일행의 눈에 공항 TV를 통해 나오는 뉴스속보가 들어왔다. ‘전원 구조.’

그때까지만 해도 김씨는 친구들과 “쟤들도 수학여행 가던 중이었나 보다”, “큰일 날 뻔했다”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았다. 이것이 세월호 참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수학여행 첫날 일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시간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를 보며 김씨의 시각도 달라졌다고 했다. 매체를 통해 접하는 정치권의 태도는 절망적이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세계일보

최근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김영희(오른쪽)씨가 자신이 한국에서 느낀 선거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씨에게 세월호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시발점이었다면 국정농단 사태는 기폭제가 됐다. 그는 “이번 사태를 접하고 뉴스를 계속 보다 보니까 내 마음속에도 원래 정치에 관심이 있었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며 “요즘에는 TV토론도 꼬박꼬박 챙겨보며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뿐 아니라 모든 젊은이들이 깨어났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대선은 김씨가 스스로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첫 선거다. 그는 북한에 있을 때 투표한 적이 없다고 했다. “고향에서 선거를 해 봤자 찬반투표도 아닌, 100% 찬성이어야만 하는 선거”라며 어차피 의미도 없었다는 김씨는 이번 대선에는 꼭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씨는 이미 경험을 통해 ‘한 표’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대안학교에 다니던 시절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2표 차로 낙선한 적이 있다며 “그때 한 표 한 표가 너무 중요한 것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이번 대선엔 투표 전도사로 나설 계획이다. 김씨는 친구들에게 “투표를 하지 않으면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나 하나쯤이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너 하나가 그렇게 소중한 게 맞다”고 설득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을 선택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꼭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씨는 정치를 자신의 ‘삶의 길’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에 와서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전한 그는 “생각해 보니 (북한의) 정치가 잘못됐지 우리와는 상관이 없더라”며 “그렇다면 정치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고 떠올렸다. “내가 정치를 직접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투표할 때만이라도 내 권리를 찾자”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소통 잘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당을 떠나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수용하는 대통령이 보고 싶습니다. 특히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으로 몰아가는 경향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 kimgij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