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스의 목소리] 덕성여대 정외과 남지은
교육은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력한 장치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타고난 환경이 열악해도 개개인은 교육을 통해 더 큰 미래를 꿈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은 용은커녕 피라미로밖에 살 수 없는 환경을 조장한다. 이제는 ‘용밭에 가야 용이 된다’는 말을 해야 할 정도다.
교육통계 웹사이트 교육알리미의 ‘학생 1인당 교육비’ 자료를 보면 수능입학 성적이 낮은 학교일수록 학생 1명당 대학이 지출하는 교육비는 낮아지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사립대 경상학과를 기준으로 학교 입시점수가 1등급 내려갈 때마다 학교에서 학생에게 지출하는 교육비가 연간 13%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명문대학에 정부지원이 편중되는 현상도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2016년 대학별 재정지원사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01개 4년제 대학교 가운데 5%에 못 미치는 10개 대학이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지원금의 약 30%를 차지했다고 한다.
사교육비가 천문학적으로 많이 드는 현실에서 부모의 소득은 초·중·고 시절부터 학생의 성적을 좌지우지한다. 정부는 평등하지 않은 교육환경에서 성장한 학생들의 격차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그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어 성장을 위해서는 ‘풍부한 인력자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키울 만한 인재만 키우겠다’는 대학과 정부의 기조는 오히려 잠재력 많은 인재들이 딛고 올라갈 기회의 사다리를 일찌감치 걷어차 버린다.
당장 사교육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바로잡기는 어렵더라도 모두가 키워지게끔 교육받을 환경은 시급하게 확충돼야 한다. 정부와 대학들은 구조적으로 경쟁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자원을 평등하게 배분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투여하는 각종 교육 지원사업까지 공공연하게 ‘대학서열’에 따라 불평등하게 분배해선 안 될 것이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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