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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fn스트리트] '코리아 패싱'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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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패싱(Korea Passing.한국 건너뛰기)'. 한반도를 둘러싼 이슈가 한국이 빠진 채 논의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코리아 패싱이 무엇인지 아느냐"라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물음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답하면서다. 이후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까닭일까. 26일 오전 한때 이 신조어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콩글리시"라는 시비까지 벌어지고 있다. 문 후보를 미는 것으로 알려진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엉터리 영어실력 자랑한 유승민"이라고 언급한 게 그 일환이다. 유 후보가 미국 위스콘신대 박사 출신임을 감안하면 최악의 '디스'를 한 셈이다.

그러나 코리아 패싱이란 말의 '출생의 비밀'을 들여다보라. 1998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건너뛰고 곧장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간 사건 이후 생긴 '재팬 패싱(Japan Passing)'이란 말이 그 원조란 게 정설이다. 하긴 철학(philosophy)이란 말도 중국이 아니라, 서양 신문물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에서 처음 사용됐을 때는 낯선 신조어였다. 그렇다면 조 교수처럼 "엉터리 영어"라고 폄하할 이유는 없다. 외교부의 설명처럼 아직 공식화된 용어가 아닐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은밀히 약속받은 걸까. 26일 최고 수위의 압박.제재 속에 협상의 문도 열어놓는 것을 골자로 한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얼마 전까지 북핵 선제공격 카드를 흔들어 보이던 트럼프 정부의 외교적 스텝이 '현란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가치중립적 용어를 놓고 벌이는 정쟁이 부질없어 보인다.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테이블에 우리의 의자가 없어진다'는 게 코리아 패싱의 본질이라면 마땅히 이를 걱정해야 한다. 미.중 간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를 겨냥한 '밀고 당기기'가 한창인 터에 우리끼리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갖고 시비할 때가 아니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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