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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깜짝 성장률' 한고비 넘긴 한국경제, 남은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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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성장률 0.9%…시장 예상치 상회

2분기부터 중국發 사드 영향 반영 본격화

'수출→투자→소비' 선순환 작동도 미지수

"대외 여건, 반등 지속 여부 지켜볼 필요"

이데일리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우리나라가 예상보다 좋은 올해 1분기 경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9% 늘며 세 분기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우세했던 비관론과 확연히 다른 결과다.

그럼에도 경제계에서는 아직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우리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이 남아있고 대외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①본격화하는 사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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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2분기 가장 큰 걱정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보복 조치 영향이다.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소득총괄팀장은 “이번 1분기 GDP에는 사드 관련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사드 부지가 성주로 결정된 이후 3월부터 본격화해서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기 시작한 시점 역시 3월이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3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은 36만명으로 직전 2월(59만명)은 물론, 지난해 3월(60만명) 대비 반토막 났다. 이번 1분기 GDP엔 3분의1만 반영된 셈이다.

서비스업 가운데 도소매·음식·숙박업 부문은 전기 대비 1.2% 감소하며 2008년 4분기(-4.8%)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소비심리가 위축됐을 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도 줄어든 데 따른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대(對)중 수출 증가율은 1월 13.5%→2월 28.8%→3월 12.1%로 오름세에 있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부 부문에서 피해가 가시화할 조짐이다. 한한령(한류 금지령)에 엔터테인먼트사업이 위축되고 현지에서의 한국 제품 판매도 위축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005380)는 1분기 판매 대수가 줄어들며 실적까지 타격 받았다.

한은은 중국인 관광객 30%, 대중 상품수출 2% 각각 줄어든다면 올해 성장률이 최대 0.2%포인트 깎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②소비는 ‘꽁꽁’ 나타나지 않은 낙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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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분기(1~3월) 소비자 심리는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장기평균치인 100을 웃돌던 소비자심리지수(CSI)는 탄핵 정국에 들어선 지난해 11월 95.7로 미끄러졌다. 지난 1월엔 2009년 3월(75.0)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민간소비(전기 대비 0.4%↑)가 큰 폭으로 늘 리 없었다.

이번달부터 소비자 심리가 서서히 풀린다고 해서 실제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는 미지수다. ‘수출→투자→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서 수출 호황에 힘입어 기업이 투자에 나섰지만 일자리까지 늘리진 않은 탓이다.

특히 수출이 잘되는 업종은 반도체 석유화학 등 일부에 국한돼있다. 이들 업종은 장치산업이어서 고용 유발 효과가 다른 제조업보다 낮고 전후방 산업도 많지 않아 ‘낙수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내수 경기까지 확산되는 효과가 작은 업종이라는 얘기다.

이를 보여주듯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월 우리나라 실업률은 4.0%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올랐다.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

더구나 지갑을 열기에는 쓸 돈도 없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경기순환상 11번째에 와있는 2013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월 평균 실질 가계소득 증가율은 0.95%(전년 동기 대비)로 조사됐다. 직전 순환기인 2009년 2분기~2013년 1분기 당시 1.88%보다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의 소비 침체는 △원리금 상환 부담 △은퇴 후를 대비한 저축 △주거비 부담 등 구조적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③“지난해 너무 나빴다” 逆기저효과 우려

이번 깜짝 성적표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이번 성장률이 지난해 낮은 기저효과에 힘입은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경제성장률은 각 0.5%에 머무르다보니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더 크게 튀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경제의 온기는 소비까지 연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출이 꺾인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 수출에만 기대기에는 대외 여건이 만만치 않다.

일단 세계 경기를 이끌어온 미국은 이미 완전고용에 다다랐고 자산 축소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꾀하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미국 경제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둔해지는 등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통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데 한계를 보인다는 점 역시 원자재 수출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경제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유가가 더 오르지 못한다면 신흥국 경제 성장도 정체될 가능성이 커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기가 나아지긴 했지만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공급 조정에 따른 것이어서 본격적으로 회복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의 힘이 떨어지면서 세계 경기도 하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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