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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신동빈의 '뉴 롯데'… 한국 지주회사 체제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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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5위 롯데그룹이 명실상부한 '한국 기업'으로 변신한다. '일본 롯데'가 '국내 롯데'까지 지배하는 지배 구조를 뜯어고치기 위해 '한국 지주(持株)회사' 체제로 전환에 본격 나선 것이다.

롯데그룹은 26일 주력 계열사인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등 4개 사의 이사회를 일제히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기업 분할과 합병을 결의했다. 각각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뒤 4개 투자 부문을 합병,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롯데 관계자는 "선진화된 기업 구조로 개편해 그룹을 더욱 투명하게 운영하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룹 모태 롯데제과 중심으로 4개社 분할 합병

롯데의 지주회사 전환은 신동빈 회장이 추진하는 그룹 혁신 방안의 핵심이다. 신 회장은 2015년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그룹 지배 구조의 문제점이 불거지자 그해 10월 정책본부 축소와 계열사 책임 경영 확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주사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롯데는 이날 이사회에서 각 계열사를 지분을 보유하는 투자 회사와 사업을 벌이는 사업 회사로 나눈 뒤 투자 회사들을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합병시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의 투자 부문이 나머지 3개사 투자 부문을 흡수 합병해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출범하는 것이다.



조선비즈


재계에서는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을 통해 롯데의 복잡한 순환 출자 고리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순환 출자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A→B→C→A' 방식으로 꼬리를 물도록 형성한 출자(出資) 관계로 적은 지분으로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이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롯데칠성(18.33%)과 롯데푸드(9.32%) 롯데쇼핑(7.86%) 롯데리아(13.59%)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2015년 416개이던 순환 출자 고리가 67개까지 줄었고, 이번 분할 합병이 마무리되면 18개까지 줄어든다"고 말했다. 롯데는 대기업 가운데 '순환 출자 고리가 가장 복잡한 기업'이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불투명한 지배 구조로 저평가된 롯데 계열사의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제과 등 4사는 오는 8월 말 주총에서 회사 분할 합병안에 대한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당초 롯데는 연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순환 출자 고리를 해소할 방침이었다. 일본계 주주 비율이 99%에 이르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일본계 지분율을 65%까지 낮출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에 따른 면세점 사업의 타격과 '최순실 사태'에 따른 신 회장의 불구속 기소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연내 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졌고, 지주회사 설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호텔롯데 대신 한국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를 일단 설립하고, 향후 호텔롯데나 롯데케미칼 등 각 사업 부문(BU)의 대표 기업들과 합병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신 회장 '뉴롯데' 행보엔 아직 걸림돌 많아

지주회사 출범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신 회장의 '뉴롯데' 만들기 행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출국 금지가 해제됐지만 다음 달부터 일주일에 3~4차례 재판 일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부터 175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다음 달에는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 뇌물 공여 혐의로 법정에 서야 한다. 재판 일정이 없는 주말 등을 활용해 급박한 현안 위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해외 출장 등 본격적인 경영 활동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 회장은 매년 5~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기업 설명회에 나가 투자자들에게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일 롯데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롯데홀딩스의 6월 정기 주총을 계기로 형제간 경영권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 신동주 회장은 주총 때 자신을 포함한 신임 이사를 선임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성진 기자(dudmi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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