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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블랙리스트 장난친 사람 정권 바뀌면 감옥 갈 것 심의위원 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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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문학 지원 심의한 하응백씨

김기춘·조윤선 재판 나와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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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장난치는지 모르겠지만 정권 바뀌면 반드시 감옥에 가게 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책임심의위원으로 활동했던 문화평론가 하응백(56·사진)씨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문예위 측에 이같이 경고했다고 26일 법정에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26일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하씨는 2015년 5~6월 문예위에서 벌어진 일을 고백했다. 이때는 하씨가 문예진흥기금 지원자를 선정하는 책임심의위원으로 위촉돼 문학 분야 사업 중에서도 규모(총 지원금 10억원)가 큰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 심의에 참여하던 시절이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진술 조서에 따르면 2014년 기금을 신청한 700~800명에 대한 2차 심사까지 마무리돼 102명의 지원 대상자가 추려진 뒤 최종 판단 과정인 3차 심사가 지연되던 2015년 5월 어느 날 장모 부장 등 문예위 직원 2명이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하씨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장 부장은 “102명 중 18명이 일종의 ‘검열’에 걸렸다. 문체부에서 강력하게 내려온 지시 사항이다. 위에 청와대가 있는 것 같다.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며 “아예 아르코사업 자체를 무산시키겠다 하니 다른 위원들을 설득해서 (18명을) 빼줄 수 없겠느냐”고 말했다. 하씨는 “그 18명 중 1명만 알려달라’고 했더니 이윤택(극작가) 이름이 나왔다”고 말했다. 하씨는 법정에서 “‘왜 이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문예위 직원은) ‘아마도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한 것이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고 증언했다.

6월 마지막 책임심의위원회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문예위 측은 “18명 중 8명은 도저히 안 된다고 하니 빼고 도장을 찍어 달라”고 요구했고 하씨를 비롯한 심의위원들은 “1명이라도 문학 외적인 이유로 배제할 수 없다. 도장을 찍을 수 없다”고 버텼다. 하씨는 “‘만일 우리가 도장 찍으면 을사오적이 된다. 그걸 어떻게 찍겠느냐. 누가 장난치는지 모르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감옥에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문예위는 책임심의위원회 의결 없이 70명만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공고했고 독립성이 유지되던 책임심의위원회는 사라졌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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