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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사설] 절차 논란을 키운 한밤중 사드 기습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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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군이 26일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핵심 장비를 전격 배치했다. 사드 발사대와 엑스밴드 레이더, 교전통제소 등 사드 운용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장비가 반입됐다. 이들 장비를 연결만 하면 운용이 가능하다니 사실상 사드 배치가 완료 직전 단계에 이른 셈이다. 대선을 불과 13일 앞둔 시점이어서 차기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수정할 여지를 차단하려는 ‘대못 박기’라는 비난이 제기될 만하다.

사드 장비 반입은 기습작전을 방불케 했다. 배치 시간을 새벽으로 택한 데다 사전에 수천 명의 경찰을 동원해 주민들의 저지 행동을 봉쇄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해 온 성주 주민들이 뒤늦게 알고 반입을 막고 나선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해 10여명이 부상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장비 반입과 이동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사드 배치가 당초 정부가 밝힌 절차를 무시한 채 강행됐다는 점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성주골프장의 환경영향 평가와 기지 설계, 공사 등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장비와 병력을 배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지난 17일 “사드 배치가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기본적 절차조차 밟지 않은 것은 국민과의 최소한의 공감대 형성 과정을 빠뜨린 것과 다름없다. 결국 국방부의 설명은 ‘눈속임’에 지나지 않았다.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빠른 속도로 커지는 데 맞춰 사드 배치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반도 위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국내법이 정한 절차조차 지키지 않고 군사작전을 하듯 야밤에 기습배치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 간 사드 배치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차기 정부의 정책적 판단 여지를 원천 차단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적절성도 의심스럽다. 당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ㆍ안철수 양측에서 “사드 반입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미동맹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우세한 마당에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과 공감대를 넓히며 차근차근 진행하는 게 나았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면, 한국 차기 정부와 긴밀히 교감하며 문제를 풀어가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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