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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팩트체크] 홍준표의 "동성애 탓 에이즈 창궐" 은 일부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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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염자,매년 1000명 증가하지만

OECD 평균 발생률의 13%에 불과

에이즈 창궐한다는 표현은 잘못

감염도 이성 동성 구분 없이

안전하지 않은 성접촉이 문제

동성애는 에이즈의 부분적 원인

지난 25일 열린 중앙일보·JTBC 주최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는 짧지만 인상적인 '동성애' 논쟁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군에 동성애가 굉장히 심하다"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동성애 찬반여부를 캐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동성애에는 반대한다. 동성애 합법화 반대다. 하지만 성적인 지향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동성애 때문에 대한민국에 에이즈(AIDS)가 1만4000명 이상 창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홍 후보의 발언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선 한국에 에이즈가 창궐하고 있는지 따져보자. 국내에서는 매년 1000여명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다. 지난해 내국인 1018명, 외국인 134명이 감염됐다. 10여년 전에 비하면 증가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의 HIV 감염인 발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16%)의 8분의 1인 0.02%에 불과하다. 따라서 창궐하고 있다는 홍 후보의 표현은 틀렸다고 볼 수 있다. 홍 후보가 적시한 1만4000명도 정확하지 않다. 2015년 말 기준으로 HIV 감염자는 1만 502명이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사람을 감안하면 홍 후보의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그는 이런 단서를 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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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AIDS 내국인 감염자 감염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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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HIV에 감염돼 제대로 치료하면 3~6개월 후 감염력이 거의 제로(0) 가까이 떨어진다. 남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치료를 않거나 감염된 지 모르고 살면 평균 10년 정도 지나 면역체계가 손상되고, 일정 수준을 넘으면 세균·곰팡이 감염증과 피부암 등 악성종양이 생긴다.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 즉 에이즈 환자가 된다. 한 해 발생하는 신규 감염자의 20~30%가 이미 발병한 상태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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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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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홍 후보는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이즈는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에 의해 주로 발생하지 그게 동성이냐, 이성이냐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동성애가 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몇 단계를 뛰어넘은 주장이고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하다"고 지적한다. 세계에서 에이즈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아프리카의 경우 대부분 이성 간 성 접촉에서 발생한다. 안전하지 않는 성 접촉은 콘돔 미사용, 항문삽입 등을 말한다.

질병관리본부가 2015년 HIV감염자 1018명의 감염경로를 역학조사했더니 이성애자가 364명, 동성애자가 288명, 무응답 366명이었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동성애자가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전파 경로가 이성·동성 양 측이 엇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성애가 국내 HIV 감염의 주요 경로인 것은 맞지만 이게 에이즈의 직접적 원인은 아닌데, 동성애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건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김성남 연구사도 "이성이든 동성이든 안전하지 않은 성 행위를 하면 감염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홍 후보의 동성애 관련 발언은 '일부만 사실'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 홍 후보 발언의 배경에는 에이즈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깔려 있다. 서울대 오 교수는 "약만 꾸준히 먹으면 HIV 감염 상태로도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에이즈의 원인을 동성애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동성애를 한 게 아니니 문제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돼 감염자 발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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