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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fn사설] 일자리는 시장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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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혁신 다 막아놓고 시장실패 말하는 건 모순


JTBC 등이 25일 주최한 대선후보 토론에선 일자리를 누가 만드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진보 성향 문재인.심상정 후보는 정부, 중도.보수 성향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시장(기업) 역할에 중점을 뒀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시장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데 동의한다. 정부가 만든 일자리는 예산을 축낸다. 예산은 세금이다. 자기가 낸 세금이 공무원 봉급으로 더 나간다면 어떤 납세자가 좋아할까.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우리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낮은 것은 맞다. 그렇다고 그 비중을 억지로 높이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통상 복지 수준과 비례한다. 복지 혜택이 넓어지면 자연 공공 일자리도 늘어난다. 한국 복지체계는 아직 저부담.저복지에 머물러 있다. 공무원 숫자는 복지체계를 중부담.중복지로 바꾸면서 천천히 늘려가는 게 옳다.

문.심 두 후보는 시장실패를 말한다. 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부득이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기술 혁신으로 예전에 비해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반면 병원 등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서비스업에는 일자리가 널려 있다. 그래서 역대 정부가 하나같이 서비스업 혁신을 부르짖었다. 박근혜정부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이 이를 막았다. 엉뚱한 의료 영리화를 이유로 댔다. 이렇게 보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것은 시장실패가 아니라 정부실패, 정확히 말하면 정치실패다.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정책은 정치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는 격이다.

미국과 일본을 보라. 미국은 금융위기가 터지고 실업률이 치솟자 천문학적인 돈을 시장에 쏟아부었다. 그 덕에 지난 3월 미국 실업률은 10년 만에 가장 낮은 4.5%로 떨어졌다. 그러나 공무원을 늘렸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일자리는 실리콘밸리 혁신기업들이 만들었다. 일본도 요즘 기업들이 구인난에 쩔쩔맨다. 시장이 살면 일자리는 절로 늘어난다. 아베 총리는 공무원을 늘릴 궁리조차 할 필요가 없다.

정부 역할을 모조리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정부는 낙오자를 보살피는 보조 역할에 그치는 게 좋다. 가만둬도 공무원 숫자는 업무량과 상관없이 늘게 돼 있다. 영국 행정학자 노스코트 파킨슨은 이를 '파킨슨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게다가 규제는 공무원 숫자에 비례한다. 지금도 규제공화국 소리를 듣는 판에 공무원을 더 늘려서 어쩌자는 건가. 신분을 보장받는 공무원은 일단 채용하면 함부로 자를 수도 없다. 공무원은 세금을 쓰지만 민간 일자리는 세금을 낸다. 부디 신중한 판단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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