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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290년전 '청구영언'에는 어떤 노랫말 실렸나…3대 가집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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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28일부터 '순간의 풍경들' 특별전

연합뉴스

우리나라 최고(最古) 시조집 '청구영언'
김천택이 1728년 편찬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시조집인 '청구영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오늘이 오늘이소서 매일이 오늘이소서/ 저물지도 새지도 말고/ 새려면 늘 언제나 오늘이소서"

조선시대 중인이었던 김천택(생몰년 미상)은 1728년 각종 문집에 수록돼 있거나 입으로 전해오던 가곡의 노랫말 580수를 엮어 '청구영언'(靑丘永言)을 펴냈다. 그는 이 책의 첫 번째 작품으로 매일이 오늘 같기를 바라는 가곡을 실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가곡 노랫말 책(가집, 歌集)인 '청구영언'을 조명하는 특별전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 한글 노랫말 이야기'가 28일부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다.

국립한글박물관이 2013년 소장품으로 확보한 청구영언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로, 가집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전시다.

또 이번 특별전에서는 김수장이 1755년 편찬한 '해동가요'(海東歌謠), 박효관과 안민영이 1872년 제작한 '가곡원류'(歌曲源流) 등 청구영언과 함께 '3대 가집'으로 꼽히는 책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가곡원류는 국립국악원에 있는 원본이고, 계명대 동산도서관이 소장한 해동가요는 원본에 가장 가까운 책으로 평가받는 박씨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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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청구영언' 기획특별전 개최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집인 '청구영언'을 소개하는 기획특별전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청구영언 원본을 살펴보고 있다. 2017.4.26 jieunlee@yna.co.kr



김희수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관은 26일 마련된 간담회에서 "청구영언 원본은 상설전시실에서 잠시 공개된 적은 있지만, 특별전 형태로 나오는 것은 최초"라며 "국립한글박물관이 입수하기 전까지 인사동 고서점에 있던 청구영언 원본을 실제로 본 학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청구영언은 다양한 이본(異本)이 존재하는데, 그동안은 1948년 조선진서간행회가 발행한 활자본이 가장 잘 알려져 있었다.

김천택은 청구영언에 지은이가 명확한 작품 외에도 일상적이고 저속한 내용이 담긴 작품 116수를 '만횡청류'(蔓橫淸類)라는 제목 아래 묶어 실었다. 이번 전시는 특히 지금까지 조명받지 못했던 만횡청류 부분에 주목했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감상할 수 있는 5분짜리 동영상은 18세기 한양의 모습을 묘사한 만횡청류의 노랫말을 토대로 제작됐다. 또 만횡청류에 나오는 작품을 박물관 학예연구사들이 손으로 쓴 글씨도 볼 수 있다.

김 연구관은 "김천택은 사람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낸 작품들을 버리지 않고 만횡청류에 모았다"면서 "그중에는 남녀 간의 사랑을 표현한 음란한 작품도 있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청구영언 이본 10점과 성호 이익의 형인 이서(1662∼1723)가 만들어 연주했던 거문고인 옥동금(국가민속문화재 제283호), 조선 후기 거문고 악보인 '어은보'도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청구영언의 420번째 노랫말인 '푸른 산도 절로절로'를 현대 음악으로 재해석한 노래와 가창 이동규가 부른 가곡 '벽사창이 어른어른커늘'도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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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3대 가집을 한 자리에'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집인 '청구영언'을 소개하는 기획특별전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가 해동가요 박씨본과 가곡원류 국립국악원본을 살펴보고 있다. 2017.4.26 jieunlee@yna.co.kr



김 연구관은 "가집인 청구영언은 지금까지 시조집으로 알려졌으나, 가곡과 시조는 분명히 다르다"면서 "가곡은 전문 가객이 악사들의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지만, 시조는 대중들이 반주 없이 편하게 불렀던 노래"라고 강조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권순회 한국교원대 교수, 신경숙 한성대 교수, 이상원 조선대 교수와 함께 청구영언의 노랫말을 모두 현대어로 번역했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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