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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3년 전 선원들 도망쳤던 문으로 시작된 세월호 진실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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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세월을 진도 맹골수도의 거친 바닷속에서 보낸 세월호 조타실에는 침몰 원인을 밝혀줄 핵심 단서가 남아있을까. 세월호 침몰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첫 조사가 공교롭게도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이 도망쳐 나온 조타실 문을 통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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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왼쪽으로 기울어 침몰하기 시작할 때 이준석 선장(가운데 줄 잡고 있는 사람)이 조타실 왼쪽 문을 통해 선원들과 탈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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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10시20분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권영빈 상임위원과 김철승 위원, 민간 전문위원 등이 세월호 조타실에 진입했다. 배를 운항하는데 필요한 핵심 장비와 통신 시설이 있는 조타실에 사람이 진입한 것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에서 선원들이 탈출한 뒤 3년 10일 만이다.

권영빈 상임위원은 “조타실 내부 상태를 점검해 보고 ‘코스레코더’가 살아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다. 세월호가 육상에 거치된 이후 한번도 못 본 조타실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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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세월호 침몰 원인을 조사하는 선체조사위원회 위원들이 조타실에 진입한 지점. 파란색 동그라미 갑판 밑에 조타실 왼쪽 문이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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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원들이 조타실로 진입하기 위해 이용한 통로는 공교롭게도 3년 전 세월호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배를 탈출하면서 사용했던 문이다. 당시 선원들은 조타실에 함께 모여 기다리고 있다 해경 123정이 도착하자 조타실 왼쪽, 미닫이 형태의 문을 열고 탈출했다.

인근 유조선 등에서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면 구조하겠다”는 연락을 수차례 했지만 선원들은 묵묵부답인 채 자신들만 탈출했었다. 그 시간 세월호 승객들은 “가만히 대기하라”는 안내에 따라 모두 배 안에 있었다.

조사위는 지난 25일 선원들이 탈출했던 문을 뜯어 낸 뒤 조타실 중간 지점까지 사람들이 올라 갈 수 있는 비계를 임시로 설치했다. 3년 만에 사람이 직접 확인한 세월호 조타실은 녹이슬었지만 통신 장비등은 멀쩡했다. 권 의원은 “(조타실을 직접보니)착잡했다”면서 “전기가 끊기면서 각종 계기판들이 멈췄고 왼쪽으로 1m이상 각종 기자재가 쌓여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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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선체조사위원회가 촬영한 세월호 조타실 내부. 벽에 통신장비와 무전기 등이 그대로 있다./세월호 선체조사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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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가 공개한 조타실 내부 사진을 보면 조타기는 침몰 전과 다름없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녹이 슬어 있었다. 벽에는 다른 선박이나 관제센터 등과 연락할 수 있는 통신장비가 그대로 있었다. 선원들이 사용하는 무전기도 일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선원들이 버리고 떠난 조타실에서 ‘코스레코드’가 확인되면 당시의 진실이 드러 날 수 있다. 코스레코드는 자동으로 선박의 침로와 키를 돌리는 각도(타각)가 기록되는 장치로 항공기의 ‘블랙박스’와 비슷하다.

코스레코드가 복원되면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힐 수 있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선조위는 “코스레코드를 복원하면 당시 세월호가 타각을 얼마 썼고, 선수 방향의 방위가 얼마였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서 “해양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회수하는 것이 코스레코드”라고 설명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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