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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되돌아보는 황진이의 사랑, 이순신의 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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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택의 '청구영언' 원본 첫 일반 공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가곡 노랫말 책

28일부터 서울 용산 한글박물관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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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가곡 노랫말 모음집 '청구영언'에 첫 번째 작품으로 실린 '오늘이소서'.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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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오늘이소서. 매일이 오늘이소서. 저물지도 새지도 말으시고 새려면 늘 언제나 오늘이소서.’

전시장 들머리에 걸린 문구다. 현실에 대한 강한 긍정을 보여준다. 언뜻 ‘이 순간에 충실하라’라는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영어로 ‘오늘을 잡아라(Seize the day)’가 떠오른다. 한글로 기록한 최초의 가곡(歌曲) 노랫말 모음집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린 첫 번째 작품이다. 앞날에 대한 희망도 엿보인다.

좀더 친숙한 작품도 있다. 국어 교과서에서 익힌 보았던 것이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하여가’)라며 조선 건국에 합류하라는 이방원의 권유에 고려 충신 정몽주는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다시 죽어’(‘단심가’)라고 답했다. 조선 중기 명기(名妓) 황진이는 ‘청산리 벽계수야 쉬이 감을 자랑 마라’며 덧없는 삶을 읊었고, 그와 인연이 있었던 문신 임제는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느냐 누웠느냐’라며 황진이의 죽음을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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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택 원본의 영향을 받아 나중에 나온 각종 '청구영언' 판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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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영언』의 ‘청구’는 우리나라, ‘영언’은 노래를 뜻한다. 1728년 김천택이 예부터 내려오던 가곡의 노랫말 580수를 일일이 손으로 적었다. 한국 문학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그 『청구영언』 원본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28일 서울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개막하는 ‘순간의 풍경들’에서다. 사랑과 풍류, 지조와 애국 등 옛사람의 세상살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일례로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로 시작하는 이순신 장군의 충정도 되새길 수 있다.

가곡은 조선시대 상류층이 즐긴 전통 성악곡이다. 18세기 중반 대중화하면서 시조(時調)로도 불리게 됐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한국교원대 권순회 교수는 “국문학 연구자도 거의 볼 수 없었던 자료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원본의 영인본·주해본도 출간돼 일반인의 이해를 돕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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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한양의 풍경을 오늘날 모습으로 재연한 영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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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관객 친화형이다. 요즘 사람들 정서에 맞게 다가가려는 구성이 눈에 띈다.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옛 노랫말을 풀어놓았고, 짝사랑·이별 등 진진한 사랑의 속내를 읊은 ‘19금’ 작품을 따로 묶었다. 『청구영언』에 실린 작품 전체도 작가·주제별로 살펴볼 수 있다. 국내 3대 가곡집인 『청구영언』『해동가요』『가곡원류』도 처음으로 한데 모았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02-2124-6200.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박정호 기자 park.ju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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