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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오바마도 ‘살찐 고양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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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월가 연설 대가로 4억5000만원 계약

대통령 재직땐 월가 탐욕 강하게 비판

자서권 2권도 732억원 출판 계약


호리호리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살찐 고양이’가 될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월가의 금융업체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연설하는 대가로 40만달러(4억5000만원)를 받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 재직 때 월가의 탐욕을 강하게 비난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퇴임 뒤 월가 금융업체로부터 연설료로 큰돈을 받은 것을 비판했던 그가 대통령 퇴임 뒤에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탓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는 9월 개최되는 월가의 금융업체 캔터 피츠제럴드가 주최하는 보건 관련 회의에서 오찬 기조 연설자로 나서는 대가로 40만달러를 받기로 계약을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5일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업체 쪽은 이런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 않고 있는데, 공식 발표를 앞두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는 대통령 재직 때 2008년 금융위기에도 거액의 연봉과 보너스를 챙긴 경영진의 탐욕을 비난하며 월가와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2009년 <시비에스>(CBS)의 ‘60분’에 출연해 “나는 월가의 ‘살찐 고양이’(배부른 자본가) 무리를 도우려고 출마한 게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장관 퇴임 뒤 골드만삭스로부터 거액의 연설료를 받은 것을 지적하며 “나도 내년에는 골드만삭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 출마해 도널드 트럼프한테 패배한 클린턴 전 장관은 골드만삭스로부터 한차례 연설 대가로 22만5000달러를 받았다. 오바마의 ‘몸값’이 높은 셈이다. 클린턴은 3차례 연설로 모두 67만5000달러를 받았는데, 대선 과정에서도 거액의 연설료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클린턴은 오바마와는 달리 애초 월가와 가까운 사이였다.

<뉴욕 포스트>는 오바마의 40만달러짜리 연설이 그를 월가의 ‘새로운 살찐 고양이’로 만든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정치 컨설턴트인 핸크 세인코프는 이 신문에 “그는 월가를 계속 공격했다. 이제는 그가 ‘살찐 고양이’라고 불렀던 사람들로부터 급식을 받고 있다. 이것은 역설적이기보다는 위선적이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 2월 출판사 펭귄 랜덤 하우스와 자서전 2권을 내기로 하면서 6500만달러(732억원)짜리 출판 계약을 맺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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