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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문제는 생산성이야' 日 아베 정부 '깊은 고민'…서비스부문 낙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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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아베 '주먹 불끈'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화이트칼라 근로자와 서비스 부문의 닞은 노동생산성에 부심하고 있다. 디플레(물가하락) 심리에 갇힌 근로자들의 임금을 끌어올려 소비를 유도하고, 경기 회복의 불씨도 지펴 '강한 일본'을 재건한다는 '로드맵'이 초장부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도쿄에 위치한 미쓰비시 중공업(Mitsubishi Heavy Industries Ltd.)의 터보차저(전동보조장치) 생산 라인의 사례를 조명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쓰비시 측은 이 생산 라인에 자동화 설비를 대거 도입하면서 이 장비를 만드는 근로자 20명 가운데 17명을 최근 다른 라인으로 배치했다.

미쓰비시 중공업이 자동화 시설을 증설하며 근로자를 대거 이전 배치한 것은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자동차 제조업체부터 가전제품 제조사에 이르기까지, 인건비가 높은 일본 제조업체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로봇을 비롯한 자동화 설비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공장 자동화 추세는 초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일본의 근로 인력은 현재 7700만 명에 달하지만, 오는 2065년까지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제조업체들도 이러한 장기 추세에 맞춰 꾸준히 로봇 등 자동화 설비를 늘리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요타 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제조업체들은 생산성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러한 자강(自强) 노력에 힘입어 1994년부터 2014년까지 공장의 생산성(factory productivity) 상승률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생산성은 근로자들이 시간당 만들어내는 산출물의 양으로 측정한다. 매 시간 얼마나 많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산출했는 지 재는 척도다.

문제는 서비스 부문, 그리고 제조업 화이트칼러 근로자들의 낮은 생산성이 일본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를 비롯한 전 산업 영역을 포괄한 일본의 전반적 생산성은 G7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이는 근로자들이 오래 일하면서도 효율성은 중시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통신은 분석했다.

도쿄에 있는 가쿠슈잉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친 이마노 고이치로 전 교수는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시간당 생산성에 더 민감하다”면서 “그들은 공장 생산성에 매우 엄격하다. 하지만 (서비스업 등) 화이트칼라 근로자들로 눈을 돌리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일본 산업의 문제를 꼬집었다.

일본 산업의 낮은 생산성은 아베 정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임금을 높여 소비를 유도함으로써 디플레(물가하락)라는 디아블로(악마)와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다는 계획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무시하고 임금 인상을 압박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서비스부문은 일본경제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장기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초대형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온 아베 정부는 아직 인플레(물가 상승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일본은행의 구로다 총재가 일본 경제에 봄기운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통화완화적 기조를 좀처럼 거둬들이지 못하고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베 정부가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카드는 ‘로봇’이다. 오는 2020년까지 서비스 산업 근로자들을 돕는 로봇을 대거 도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노인 요양시설에서 환자들을 들어올리거나 옮기는 일을 돕고, 호텔에서 내방객들을 환대하는 로봇을 도입해 이 부문의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러한 해법이 낙후된 일본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낮은 생산성 문제로 부심하는 국가가 비단 일본만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연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증가율은 5년 만에 최저치다.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작년까지 6년 연속 1%에 못 미쳤다. 또 지난 2007년 이후로 기준점을 확대해도 지난 10년간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연 1.1%에 불과하다. 일터에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되던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6%에 달했다.

생산성 증가율이 생활수준 향상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추세는 우려할만하다고 AP통신은 지난 2월3일 지적한 바 있다. 폴 애시워스(Paul Ashworth)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도 “인터넷과 데스크톱 컴퓨터가 촉발한 생산성 증가 효과가 이미 지난 2004년 이후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6월23일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노동 시장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면 임금 상승도 탄력을 받겠지만, 우리는 현 단계에서 낮은 생산성 향상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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