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보다 당겨 치르는 보궐선거여서 정책을 개발하고 다듬을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후보들의 공약이 얼마나 가지런하게 정리돼 나올지 걱정스러웠다. 실제로 선거를 2주일 앞둔 시점에 공약집을 내놓은 건 안철수 후보 하나에 불과하고 지지율 선두인 문재인 후보조차도 아직 준비 중이라고 한다. 공약집은 각 분야에 걸친 후보의 국정 구상을 상세하게 담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자료인데 선거공보물을 유권자에게 발송하는 시점에도 아직 공약집을 만들지 않았다는 건 준비 부족과 함께 정책의 빈곤을 고스란히 투영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역대 대선에서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2007년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개발, 2012년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등 선거판을 뒤흔든 대형 공약이 하나씩은 있었다. 이번에는 유권자의 눈길을 끄는 화두를 찾아보기 어렵다. 저성장과 취업난 등을 감안해 후보마다 일자리 창출을 우선 공약으로 내걸지만 논란만 빚을 뿐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다. 중앙선관위는 후보들에게 10대 공약을 먼저 제출하도록 했고 이 내용은 언론에 공개됐지만 공약집처럼 집대성된 정책자료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자칫 19대 대선은 공약 없는 선거로 기록될 수도 있다. 유권자들을 졸로 보지 않는다면 대선 후보들은 지금부터라도 자신들의 공약에 좀 더 공을 들이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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