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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사설] 배달된 얇은 대선후보 공보물이 보여주는 정책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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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9일 치러질 19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소개하는 책자형 선거공보물이 각 가정에 배달됐다. 국외에서 투표할 재외국민 유권자들에게도 디지털 형태의 공보물이 보내졌다. 투표일로부터 2주일 전 발송되는 선거공보물에는 각자의 학력, 경력 및 재산 내역 그리고 자신과 소속 정당에서 제시한 공약 내용이 담겨 있다. 공보물은 각 후보 측에서 제작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하면 일괄 발송하는데 분량뿐 아니라 내용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확연하다. 기호 1, 2, 3번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공보물은 각각 16쪽씩으로 비교적 두툼하다.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각각 8쪽짜리다. 나머지 후보들 중엔 공약도 없이 인적 사항만으로 꾸며진 한 쪽짜리를 보낸 이도 있다.

당초보다 당겨 치르는 보궐선거여서 정책을 개발하고 다듬을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후보들의 공약이 얼마나 가지런하게 정리돼 나올지 걱정스러웠다. 실제로 선거를 2주일 앞둔 시점에 공약집을 내놓은 건 안철수 후보 하나에 불과하고 지지율 선두인 문재인 후보조차도 아직 준비 중이라고 한다. 공약집은 각 분야에 걸친 후보의 국정 구상을 상세하게 담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자료인데 선거공보물을 유권자에게 발송하는 시점에도 아직 공약집을 만들지 않았다는 건 준비 부족과 함께 정책의 빈곤을 고스란히 투영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역대 대선에서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2007년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개발, 2012년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등 선거판을 뒤흔든 대형 공약이 하나씩은 있었다. 이번에는 유권자의 눈길을 끄는 화두를 찾아보기 어렵다. 저성장과 취업난 등을 감안해 후보마다 일자리 창출을 우선 공약으로 내걸지만 논란만 빚을 뿐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다. 중앙선관위는 후보들에게 10대 공약을 먼저 제출하도록 했고 이 내용은 언론에 공개됐지만 공약집처럼 집대성된 정책자료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자칫 19대 대선은 공약 없는 선거로 기록될 수도 있다. 유권자들을 졸로 보지 않는다면 대선 후보들은 지금부터라도 자신들의 공약에 좀 더 공을 들이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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