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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사설] 벼랑 끝에 몰린 北 또 막가파식 인질외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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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차 핵실험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또 한국계 미국인을 억류했다고 전해진다. 핵실험 때마다 반복해온 인질외교를 또다시 시도하려는 행태로 보이는데 그런 오판이 가져올 파국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22일 평양과기대에서 강의를 마치고 출국하려던 한국계 미국인 토니 김 씨(한국명 김상덕)를 억류했다고 외신에 전해진다. 이미 북한은 미국인 2명을 억류 중인데 이번 김씨 억류가 주목되는 까닭은 과거 핵실험 때마다 반복해온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 직전 북·중 접경지대에서 미국 커런트TV 여기자 2명을 체포했고 3차 핵실험과 4차 핵실험 직전에도 한국계 미국인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고는 핵실험 후 이들의 석방협상을 미끼 삼아 북·미 간 대화 물꼬를 트는 지렛대로 이용해왔다.

북한 인질외교는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김정남 독살사건을 처리하면서 올해 3월 또 한번 악명을 떨쳤다. 유엔이나 대사관 근무를 위해 북한에서 체류 중이던 말레이시아인 11명을 인질로 잡고서 시신 처리 방식이나 수사 결과를 휘둘렀다. 그 깡패 같은 짓에 질린 말레이시아는 이제 북한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안컵 축구예선전에도 선수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할 정도가 됐다. 이런 행태를 본 중국 내 조선족들도 북한에 들어가는 발길을 줄이고 있다니 자업자득이다.

북한은 이런 구태의연한 수법과 함께 25일 원산 일대에서 대규모 화력훈련을 실시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끝까지 결판을 보고야 말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최근 판이하게 달라진 국제사회 분위기에서 그런 허장성세가 통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이번주 동해에 진입하는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놓고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 단호한 메시지를 북한이 흘려들어선 안 된다. 중국도 과거와 다르게 북핵 시설을 미국이 외과수술식으로 타격할 때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북한에 원유 공급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내보내고 있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길만이 유일한 생존 방안이라는 사실을 북한은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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