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 ‘콩밭’ 황보정순(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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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 주인 애 좀 탓겠다. 아니 슬슬 화가 치밀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쯤 싹이 파릇파릇 돋아있어야 하는데 밭이 저리 맨 흙인 채로 정갈하게 있으니 농부의 마음이야 애가 타도 보통 탄 것이 아닐 게다. 일 년 농사를 망치는 일 아닌가 말이다. 어쩌면 ‘시루에 싹 틔워 심’는다 해도 이미 늦었을지 모를 일, 달포 전이면 벌써 어른 손가락 길이만큼은 자라고도 남았을 터 아닌가. 당연히 밭주인이야 온갖 생각을 하고도 남았을 것인데 마침 뒷산에서 비둘기 울음소리 들렸으리라. 저 비둘기들이 콩을 다 파먹어서 싹이 트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자연스레 들었을 법도 하다. 한데 어쩌나. 밭주인의 마음과 달리 비둘기는 구구구 제 울음 울기만 한다.
저렇듯 모든 생명에는 때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그 때를 놓치면 영영 기회가 없기도 하거나 다음 때까지 속수무책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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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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