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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탄핵 기각 땐 변호사 그만둘 각오로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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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측 대리인 이명웅 변호사]

머니투데이

이명웅 변호사 /사진=이기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에 의해 훼손된 헌법 정신을 헌법 질서로 다시 세워 참 다행이고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4개월 넘게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위해 달려온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 소속 이명웅 변호사(58·사법연수원 21기)에게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총평을 부탁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연구관으로 20년 가까이 일한 그는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 작성 과정부터 지난달 10일 최종 파면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대통령이 국민의 이익이 아닌 최씨라는 사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국가권력을 동원한 것으로, 명백히 헌법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이 파괴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주인으로서 국가 공동체를 만들고, 권력을 위임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헌법 정신의 요체이자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탄핵심판 변론이 진행되던 지난 몇개월 간, 이 변호사는 역사의 현장에 서 있었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헌재에 쏠려있던 상황에 부담이나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그는 당시 주위 사람들에게 “탄핵이 인용되지 않으면 변호사를 그만두겠다”고 수시로 말했다. 혹여 기각되지는 않을 까 걱정도 했지만, 다시 생각하면 자신의 직(職)을 걸 만큼 확신이 있었다.

확신을 갖고 시작한 일이지만 힘든 일도 많았다. 이 변호사는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방대한 수사기록을 꼽았다. “당시 검찰에서 받은 5만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한장 한장 검토해 가면서 탄핵과 관련한 부분을 찾아내는 데 꼬박 1주일이 넘게 걸렸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의 노골적인 지연전략도 걸림돌이었다. 그는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 문제가 걸려 있어 우려가 됐다”고 말했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인용되는데 재판관 수가 줄어들수록 국회 측이 불리해지는 탓이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이 변호사의 설명처럼 최씨의 사익 추구를 지원하기 위해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사상 초유의 상황에 혼란이 이어졌다. 이 변호사는 이 일련의 과정을 “민주주의가 성숙화되는 비용을 치른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 80% 이상의 국민들이 탄핵을 지지했다”며 “혼란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는 데 일조한 법률가로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달라’는 질문에 “각자 주인 의식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고 그냥 지켜만 봤다가 엉망이 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이라며 “항상 감시·비판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헌법 제7조 1항을 언급하며 “다가오는 대선에서 헌법 의식을 갖춘 후보자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대통령은 헌법을 가장 잘 알아야 할 공직자인데 가장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조직이 부정하게 동원되는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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