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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체인지코리아]③현대重노조, 조선업 위기에도 투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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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불황에 혈세 투입 이어져도 잇속 챙기기만

현대중공업 아직도 임단협 미타결..구성원 속앓이

"비판할 수야 있지만, 지금은 협력해야 할 때" 지적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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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차라리 요구사항이 ‘이거다’ 라고 제대로 말이나 해주면 좋으련만…” 한 조선업계 관계자가 현대중공업(009540) 노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작심이나 한 듯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월 있었던 임시주주총회장에 진입해 회사 분할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주장했다. 하지만 왜 분할을 반대하는지 이렇다 할 근거나 명분은 없었다. 당시 반대집회에 참가한 노조원들은 그저 “불법 주총 무효”나 “진행요원 때문에 무서워 말을 못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측이 각 사업분야별 경쟁력 강화와 부채비율 감소 등을 분할의 근거로 제시한 것과 달리 이들은 그저 ‘투정’에 기반을 둔 ‘투쟁’만을 외쳤다.

◇불황에도 연대파업 ‘우격다짐’

언제나 좋을 줄로만 알았던 조선업계에 불황 그림자가 선명해진 건 지난 2014년부터다. 해운 경기 불황이 조선업으로 밀려들면서 신규 수주가 줄기 시작했고, 업계 맏형 현대중공업이 적자 전환하는 등 경고등이 켜졌다. 구조적 불황으로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에 대한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졌지만, 노조는 복지부동이었다.

2015년에는 급기야 ‘조선업종 노조연대’를 구성해 주요 조선사 노조가 공동파업을 결의했다. 정부와 사측의 구조조정 결정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에 정부 예산이 사용되는 ‘혈세 투입’ 속에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다. 그해 9월에 진행한 파업은 결국 삼성중공업(010140) 노동자협의회가 임금 협상 타결 등에 따라 불참했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042660) 노조에서 겨우 300여명(경찰 추산)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노조는 내부 공감조차 얻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 초 회사 분할 저지를 내세워 부분파업을 이어가다 총파업까지 결의했지만, 참석자는 역시 최대 1000명을 넘기지 못했다. 노조원이 1만5000여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0분의 1도 채 참석하지 않은 것. 그럼에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여전히 임금 및 단체규약 협상 타결을 거부한 채 회사의 제시안에 대해 무조건 거부 방침만 밝히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도 급여 10% 반납 등 채권단의 요구에 대해 ‘채권단을 포함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하라’는 요구만 반복하다 결국 회사의 존폐위기론이 높아지고 나서야 마지못해 동의했다. 임금협상도 삼성중공업 노협이 사측과의 임금협상을 중단하고 올해 우선 회사 정상화에 매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뒤늦게 흐름을 따랐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4조2000억원, 올해 2조90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게 되면서 직접 투입한 공적자금 지원만 무려 7조원을 넘긴 상태다.

◇“노조 특성 이해하지만, 그것도 때가 있는 법”

노조라는 조직의 생리상 사측의 결정에 무조건 동의할 수는 없다. 이 같은 점은 경영진도 동의하는 바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달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의 특성상 (임금 10% 반납안 등을)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합리적인 대화상대라 생각하며 계속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는 ‘비상시국’이라는 점에서 노조의 ‘떼쓰기’ 식 투쟁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노조도 결국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하는 회사의 구성원이다. 잘못된 것은 비판하되 어려울 땐 고통을 분담하고 나눠야 하는 주체다.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등에서 저가 수주로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었다면, 노조도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당장 수주 계약금을 받아 회사가 나눠주던 성과급 앞에 별다른 의견 없이 결정을 따랐다. 그러고서는 회사가 어려워지자 ‘우리 월급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요구부터 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은 현 집행부가 지난해 임단협을 아직도 끝내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다. 수주잔량 감소로 잔업과 특근이 줄어들면서 실질 소득이 절반 이상으로 크게 감소했지만, 임단협 타결 지연으로 지난해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생활고를 호소하며 “이제라도 회사 측 제시안을 받아들이자”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또 노조의 몽니 속에 사내 협력업체 인력은 수만명이나 일자리를 잃고 떠났다. 동료 노동자들에 부담을 전가한 꼴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불황일 때 서로 협력했다가 호황이 오면 다시 고생한 성과를 함께하는 노사관계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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