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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또 대미 인질외교 벌인 북한 “핵수단 발사대기 중”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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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머물던 한국계 미국인 체포

오늘 6차 핵실험 도발 강행할지 주목

과거 석방 협상 통해 미국과 대화

클린턴 전 대통령 가서 데려오기도

25일 북한 인민군 창건 85주년을 즈음해 미·중이 고강도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에 ▶미국의 외과수술식(surgical) 북핵 시설 타격 시 중국의 불간섭 ▶대북 원유공급 축소 등 북·중 간 금기로 여겨지던 카드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미·중 정상은 6차 핵실험 등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저지하는 것을 1차 목표,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후 대화 복귀를 2차 목표로 전례 없는 압박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에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든 기류라고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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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은 “미국의 외과수술식 타격은 확전 가능성 때문에 현재로선 대북 압박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동북아연구실 실장은 “미국의 외과수술식 타격을 용인하겠다는 중국의 입장 표명은 북한에 상당한 충격이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중의 고강도 압박에 북한은 연일 관영매체를 통해 강하게 맞받고 있다.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이날 "미제와 그 추종 세력들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팰 우리 식의 초정밀화되고 지능화된 위력한 타격수단들이 이미 실전대비(배치) 돼 있다”며 "아·태 지역 미제 침략군 기지들과 미 본토를 조준한 핵공격 수단들은 이 시각도 발사대기 상태에 있다”고 위협했다.

평양 시내 주유소에서 외교관 등에게만 휘발유 판매를 허용하고, 가격도 폭등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정보당국 관계자는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축소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6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조치에 대비하거나, 아니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군사 용도로 휘발유 비축을 늘리면서 나온 현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한국계 미국인을 지난 22일 체포해 또 한 번 대미 ‘인질외교’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평양에 머물던 토니 김(한국명 김상덕)씨가 항공기 탑승 직전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체포 원인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연변과학기술대 교수인 김씨는 1개월 전부터 평양과학기술대(PUST)에서 근무하며 대북 지원 사업을 해 왔다. 연변과기대와 평양과기대는 크리스천 사업가인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김이 2010년 세운 학교다.

북한의 김씨 억류가 주목되는 이유는 북한이 핵실험 이전에 미국인을 억류하고 이후 석방 협상을 통해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시도한 전례가 여러 차례 있어서다.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앞둔 3월 북·중 접경지대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미국 커런트TV 소속 로라 링과 유나 리 기자를 체포했다. 미국은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북한과 협상에 나섰고, 결국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같은 해 8월 방북해 이들과 함께 귀환했다.

또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앞두고는 중국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던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가 2012년 11월 함경북도 나선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체포됐고 북·미 간 밀고 당기기 협상 끝에 2014년 11월에야 석방됐다. 2016년 1월 기습적인 4차 핵실험 전인 2015년 10월에도 방북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목사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고 북한과 미국은 현재까지도 김 목사의 석방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북한은 핵실험 이전에 외국인 감시와 통제를 철저히 하고 ‘반공화국’ 행위를 철저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며 “ 핵실험 이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인질외교의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차세현·정용수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정용수.차세현 기자 jeong.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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