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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매경춘추] 이런 선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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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선거판에서 이득을 챙길 꾼들의 계절이다. 막대한 물질낭비, 네거티브 공세, 여론조작, 지지율 왜곡, 가짜뉴스 생산, 패거리주의, 이합집산, 폴리페서들의 발호…. 누란의 국가위기 앞에서 이번 선거만은 일대 각성과 변화가 있겠지 기대했지만, 대선 풍경은 예나 다름이 없다. 정치인에게 정책 대결을 하라는 주문은 연목구어다. 정책으로 표 얻기보다 흑색선전으로 표 얻기가 훨씬 더 효과적이니 정책 개발은 타산이 안 맞는 일이다.

머지않아 무인 자율주행차가 달릴 지능정보사회의 대선도 1960년대 농경사회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임시공휴일 지정, 간이 커튼 속의 붓두껍 기표, 벽보, 현수막, 홍보물, 동네방네 확성기 유세, 시장 길거리 악수, 집집마다 전달될 두툼한 후보 소개 인쇄물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생산성 하락과 예산낭비, 소음공해와 시각공해. 구태의 고비용 저효율 공해선거는 반세기에 걸쳐 대물림되고 있다.

선진국 선거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수막은 선거기간 동안은 시각공해, 선거가 끝나면 환경오염원이 된다. 재생 불가능한 폴리머 합성수지 재질에 페인트로 실사 출력된 현수막은 선거 후 매립되거나 소각되는데, 토양을 오염시키고 다이옥신까지 발생시켜 환경에 미치는 해악이 심각하다. 선거법에 따라 건물 시설물의 소유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5명 후보의 기나긴 벽보 부착을 거부할 수도 없다. 선진국들은 대개 투표에서 종이가 사라졌고, 벽보도 지정게시판 외에 벽에 붙이는 법이 없다. 물론 유세차량도 없다.

지금 우리 선거판은 확성기에서 터져 나오는 로고송과 연설이 보통 100데시벨(㏈)을 넘는데, 이는 항공기 소음 수준이다. '공직선거법'이 녹음·녹화기를 이용한 선거운동의 시간만 제한할 뿐 확성기 출력량을 정한 바 없어서 각 후보 진영은 마음 놓고 굉음을 낼 수 있다. 시민은 문자메시지 받고 지우기를 거듭하고, 거리에서는 선거명함을 받고 버리기를 반복해야 한다. 유니폼과 어깨띠에 구호를 외치는 운동원의 인사를 어색하게 받아야 하고, 원치 않는 악수에 응해야 한다. 그뿐인가. 집에 돌아오면 후보 선호도 조사 전화도 받아야 한다. 국민이 선거기간 동안 일방적으로 겪어야 하는 일들이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이런 선거는 가라! 시민은 공해에, 후보자는 비용에, 환경은 오염에 시달리는 선거는 이제 끝내야 한다. 후보 검색과 검증, 판세 분석과 예측, 선거 홍보와 투·개표의 전 과정을 면밀히 살펴 공해선거를 생태선거로, 소모적인 물질기반 선거를 정보기반 선거로 바꿀 해법을 찾아야 한다. 새 대통령 새 정부는 새로운 선거모형부터 디자인하라.

[권영걸 계원예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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