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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김미경 교수 "전문성 갖추고 국민과 격의 없는 미셸 오바마가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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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 인터뷰 ◆

매일경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24일 원주 명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세 손가락을 펴보이며 `기호 3번` 안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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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아침 강원도 원주에서 남편의 선거유세를 나온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 더불어민주당의 '서울대 1+1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임과 동시에 융합학문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학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의사직을 버리고 나이 마흔에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법의학이라는 융합학문을 개척하고 충분한 자질을 인정받았음에도 남편과 함께 채용돼 '1+1 끼워 팔기' 취급을 받는 건 모욕적이고 성차별적 시각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저와 관련된 네거티브 공세 때문에 남편이 (대선에서)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 교수는 이날 작심한 듯 가슴에 품은 발언을 쏟아냈다. 인터뷰는 원주시 천사로 한 식당에서 이른 아침에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서울대 특혜채용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 교수 임용 과정에서 저에게 아무런 특혜가 없었다. 제가 밟아야 할 모든 절차를 밟았고, 저에 대한 모든 서류와 사실은 제가 알기로 100% 정확하게 다 서울대에 제출했다. 채용은 서울대에서 판단했다. 저는 인생에 행운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통 불평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번 네거티브 공세는 좀 심했다. 심지어 이런 네거티브 때문에 남편이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기가 막힌다.

― 문 후보 측의 의혹 제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 두 가지 차별에서 비롯된 의혹 제기다. 하나는 저처럼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여성에 대한 역차별이다. 또 하나는 융합학문을 하는 사람에 대한 역차별이다. 저는 제가 할 도리대로 앞만 보고 달려 왔다. (문 후보 측에서) 여성(전문가)으로서 전문 분야에 일을 하기 위해서 남편과 같은 직장에 가면 '패키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저 때문에 다른 사람(전문직 여성)들이 피해를 볼까봐 우려된다.

― 실력으로 차별을 극복했다는 얘기인가.

▷ 저는 여자로서 서울대 의대생 중 여학생 10% 안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의대생 중 남자가 90%였고, 여자가 10%였다. 이후 인턴·레지던트를 하고 직장을 얻는 과정에서 남녀에 대한 차별과 보육·출산까지 다 겪었다. 이를 다 돌파해서 원하는 전문 영역에 원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 어떤 수준으로 올라섰는가.

▷ 저는 이공계 사람들이 많이 부족한 부분, 즉 법규라든지 이런 것들을 채워줄 수 있고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하는 것에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공계인 카이스트에서나 서울대 의대에서도 학문적으로는 연구윤리 등을 가르쳤다. 이런 것들은 세계적으로 상당히 드물다. 그 길을 뚫는 것도 어렵다.

― 융합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차별은 무슨 의미인가.

▷ 융합학문을 하는 사람은 기존 시스템에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저는 (서울대 임용 시) 시스템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도 제대로 평가 받았다. (특혜채용 의혹에 있어) 총체적으로 저를 봐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대학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그 과정이 생명공학과 연결되는지를 봐야 한다.

― 2011년 서울대 임용심사위 회의록에는 김 교수의 최근 3년간 연구실적이 미흡하다고 돼 있다.

▷ 의대는 의학을 평가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융합학문 논문이라는 것에 정확한 바운더리(경계)를 아는 사람이 (의대에) 누가 있느냐. 특히 (제 전공인 법의학은) 그것에는 특허, 식품의약품안전처 이슈도 들어가고 굉장히 광범위한데 그런 기본적인 융합 학문에 대해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판단하기 힘들다. 그리고 생명과학과 법 정책 분야가 최근 새로이 등장한 연구분야라서 한국에서 이를 연구하는 학자나 관련논문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기존 의학연구의 관점에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불합리한 면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저는 (정년교원임용심사위원회에서) 가 8, 부 6으로 통과돼 시스템이 정한 임용 절차를 지켰다. 100%로 찬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부분은 융합학문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문 후보 측에서 김 교수가 카이스트에서 10개월간 강의 한 번 안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제가 카이스트에서 3년 동안 강의한 전체를 보여줬으면 한다. 카이스트는 전임 교수가 한 학기에 수업을 한 과목만 맡는다. 하지만 저는 두 과목씩 수업했고, 마지막 학기에는 다섯 과목을 가르쳤다. 임용 직후(2008년 4월) 10개월간 강의를 못한 것은 신임 교수가 왔을 때 해당 학기 중에는 수업을 못 열기 때문이다. 그다음 학기에 열려면 신청 기간 내에 왔다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못한다. 신청 기간 내에 왔더라도 기존 시스템에서 자기 강좌를 못 여는, 즉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었다. 오히려 교무처장의 요청으로 석·박사들이 들을 수 있는 연구윤리 강좌를 만들었고 학생들이 졸업하려면 그 과목을 들었어야 했다. 카이스트 내부규정인 교원인사운영요령에 의하면 교과목 개설은 강의실적과 동등하게 인정되는 중요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문 후보 측에서는) 전체적으로 그런 부분을 알지 못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 안 후보가 당선되면 모델로 삼고 있는 영부인이 있는가.

▷ 많은 사람이 "미셸 오바마처럼 돼 달라"고 하더라. 미셸 오바마처럼 나름 사회적인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면서 남편(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동등한 모습을 보여주는 여자를 원하는 것 같았다. 또 미셸처럼 국민에게 격의 없이 다가가 가까이 있는 모습을 원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 딸 설희 씨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나.

▷ 제 딸은 여성 과학자가 되고 싶어한다. 미국에서마저 여성 수학자나 여성 물리학자에 대한 차별이 있더라. 딸은 수학을 어렸을 때는 되게 못했는데 지금은 좋아하게 됐다. 수학자를 할지, 화학을 공부할지 고민하다가 이 둘을 결합하는 학문을 하고 있다. 이론화학 혹은 물리화학이라고 하기도 한다.

― 다른 후보 자녀들은 선거운동에 나서는데.

▷ 설희가 돕는 가장 중요한 면은 엄마 아빠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힘들게 집에 돌아오는 엄마 아빠를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아빠는 무조건 좋아해주고 지원해준다. 설희로서는 그것이 우리를 가장 돕는 것이다. 아직 선거운동을 도울 계획은 없다.

― 최근 의혹에 대해서 힘들어하지 않느냐.

▷ 설희가 미국의 국가연구소에서 포스닥(박사 후 연수 과정)을 밟고 한국에 와서 학생을 가르치거나 연구를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교수에 임용되면 저처럼 '1+1+1이구나'라면서 의혹을 제기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딸이 열심히 해서 새로운 영역의 학문을 개척해보려고 애썼는데 '아버지 때문에 (교수직에) 들어갔다'고 근거 없이 의혹이 나올 것 같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내가 분명하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 She is…

△1963년 전남 순천 출생 △보성여고·서울대 의학과 학사·박사 △1988년 안철수 후보와 결혼 △워싱턴대 법학 박사 △KAIST 의과학대학원·기술경영전문대학원 부교수 △서울대 의학과 교수

[원주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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