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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프랑스판 `제3의 길`…39세 마크롱, 엘리제궁 한걸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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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대선 / 佛대선 내달 7일 최종 승부 ◆

매일경제

프랑스 기성 정치에서 '이단아'로 꼽히는 중도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차기 프랑스 대통령 과녁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2위는 극우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가 차지해 다음달 7일 결선투표에서 진검승부를 가리게 된다.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로 변화를 택하면서도 국내외에서 상대를 적대시하는 극우정당을 경계하고자 하는 프랑스인들의 '이성의 승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한국시간) 프랑스 내무부가 집계한 1차 투표 최종 결과에 따르면 '아웃사이더'로 치부됐던 마크롱이 23.86%, 르펜이 21.43%의 지지를 얻어 각각 1, 2위로 결선에 올랐다. 프랑스 양대 기성 정당인 공화당과 사회당이 결선투표 진출자를 내지 못한 것은 결선투표를 도입한 1958년 제5공화국 헌법 시행 이후 59년 만에 처음이다.

마크롱은 당장 결선투표가 실시된다면 손쉽게 대권을 거머쥘 수 있는 '대세론'을 형성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표 결과 후 공개된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 조사 결과, 마크롱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62%로, 38%의 르펜에 크게 앞섰다. 입소스 조사에서 응답자의 85%는 결선투표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이미 마음을 정했다고 밝혔다. 다른 조사기관인 해리스 인터랙티브 조사에서는 후보 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 조사에서 마크롱을 찍겠다는 응답자는 64%로, 36%의 르펜에 앞섰다.

마크롱 대세론은 프랑스 안팎의 지지로 확산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과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후보는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고, 지난해 11월 공화당 경선에서 패했던 알랭 쥐페 전 총리도 마크롱 지지 의사를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일찌감치 마크롱이 결선투표에 진출하면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르펜의 반(反)이민 정책과 반유럽 정책은 프랑스에 재앙을 부른다'는 입장이다. 또한 '극우파 후보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프랑스 국민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프랑스 대선의 핵심 키워드는 변화로 꼽힌다. 제5공화국 헌법 체제에서 양당 체제를 구축해왔던 사회당과 공화당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좌절감이 대안 후보 선택으로 이어졌다. '정계의 변방 후보'로 치부됐던 마크롱과 르펜은 '쟁쟁한' 사회당과 공화당 후보를 제치고 결선투표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극좌정당 좌파당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가 19%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하며 선두권을 위협한 것도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의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변화의 열망에도 프랑스 국민은 분노가 아닌 이성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1차 투표 직전 발생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의 테러 기도,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경찰관에 대한 총격 테러 등 반이민 감정에 호소한 르펜에게 호재가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르펜 본인도 테러와 안보 문제를 최대 이슈로 삼아 승리를 자신했다.

반면 마크롱은 개방적 시장자유주의 고수로 르펜을 겨냥해 '개방 대 폐쇄' 구도로 가져가는 기존 전략을 고수했고, 프랑스 국민은 마크롱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39세의 마크롱을 1위 후보로 선출했다는 점에서 프랑스 국민은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에 기대를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후보들이 반유럽연합(EU), 반이민 등 고립주의로의 회귀를 주장했지만 마크롱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하고 이민자들과의 융합으로 프랑스 특유의 '톨레랑스(관용)' 정신 회복을 발전적인 미래상으로 역설했다.

이제 최종 승부는 다음달 7일 결선투표에서 가려지게 된다. 마크롱과 르펜은 향후 2주간 각각 EU 지지와 탈퇴, 개방과 폐쇄,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문화적 다원주의와 프랑스 우선주의 등의 이슈를 놓고 결선에서 마지막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프랑스 정계는 물론 EU까지 유럽 통합을 지지하는 마크롱을 총력 지원하면서 르펜이 유럽의 포퓰리즘 돌풍을 되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르펜 측은 결선 진출에 실패한 멜랑숑 진영에 손을 내밀었으나 멜랑숑은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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