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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최태원 회장 간편복 차림으로 日 출장길…'도시바 딜' 고뇌 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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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장에서도 인수전에 대한 언급 자제

뉴스1

최태원 SK그룹회장이 24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17.4.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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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때론 미소를 보이기도 했지만 여유있는 웃음은 아니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4일 오후 1시50분쯤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전용기편으로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향했다.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를 위해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최 회장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파란색 셔츠에 회색 외투만을 걸친 간편한 차림으로 이날 출국장에 나타났다. 특히 평소와 달리 머리도 정돈돼 있지 않았다. 입술에도 상처가 있었다.

그의 차림과 발언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바 딜에 대한 긴장감과 중압감이 읽혀졌다. 일본 도시바 반도체 부문에 대한 인수는 낸드플래시 부문에 존재감이 떨어지는 SK하이닉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출입국장에서도 '인수전에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가서 현장을 보겠다"고만 짧게 말했다. 이어 '도시바 경영진과 무슨 얘기를 나눌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다녀와서 얘기해 드리겠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전은 셈법이 복잡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2일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의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웨스턴디지털(WD)이 합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일본 정부 컨소시엄은 다음 달 중순 2차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WD나 SK하이닉스가 일본정부 컨소시엄에 추가 참여할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워낙 거대한 돈의 전쟁이어서 끝까지 낙관할수도 안심할 수도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최 회장이 깊이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도시바 인수에 성공하려면 우선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또 도시바와 2000년부터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미국 WD가 도시바 메모리의 독점교섭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현재 일본을 방문 중인 마크 롱 WD CFO(최고재무책임자) 등과 만나 제휴를 제안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일단 최 회장은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강한 인수 의지와 SK의 반도체 사업 전략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여론이 중국 등 해외기업에 반도체사업을 넘기는 것에 부정적인 만큼, 도시바와 '공존'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 계획을 밝히는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계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이는 카드도 포함돼 있을 전망이다. 일본 내 FI을 끌어들이면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을 우려하고 있는 일본 내 악화된 여론을 완화시킬 수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도시바 메모리 생산 거점인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에 투자와 고용을 줄이지 않는 것을 약속하는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기업을 그냥 돈주고 산다는 개념에서 더 나은 개념을 생각해 접근하겠다"며 도시바와 상생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달 진행된 1차 입찰에는 총 10개사가 참여했고 폭스콘의 모기업인 대만 홍하이정밀공업이 3조엔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실버레이크-브로드컴 컨소시엄도 2조엔이 넘는 액수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SK하이닉스 등 다른 예비입찰 참가자들은 1조~2조엔을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song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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