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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바닷모래 동나자 흙섞어 불법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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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바닷모래 채취 중단으로 모래 품귀현상이 나타나자 흙을 섞은 불량 모래를 바닷모래인 것처럼 속여 건설현장에 공급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흙을 섞어 만든 콘크리트는 강도가 떨어져 건축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24일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사기 등의 혐의로 무허가 골재 채취업자 김 모씨(59)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올해 1월 19일부터 3월 11일까지 부산 강서구의 모 아파트, 상가 터파기 공사현장에서 공짜로 받은 사토(모래가 섞인 흙) 7800㎥(25t 트럭 460대 분량)를 바닷모래라고 속여 부산·경남지역 16개 건설현장에 1억8000만원을 받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사토에서 돌멩이와 불순물만 제거하고서 세척한 바닷모래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콘크리트 골재로 쓰는 모래는 흙(점토) 함유량이 1% 이하여야 한다. 그러나 경찰이 부산건설안전시험사업소에 의뢰해 김씨 일당이 공급한 사토를 분석한 결과 무려 86.9%가 점토 덩어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불량 모래가 콘크리트 골재로 사용되면 콘크리트 강도가 현저히 떨어져 건물 안전과 수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이 공급한 불량 모래는 아파트와 쇼핑몰 건설현장은 물론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와 산성터널 공사현장 등 대규모 국책사업 현장에도 공급돼 사용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소규모 공사현장까지 포함하면 김씨 일당이 사토를 바닷모래로 속여 판 곳은 20여 곳에 달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어장 황폐화를 우려하는 어민들의 반발로 올해 1월 중순부터 2월까지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되면서 모래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가격이 급등했다. 정부는 3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 남해 바닷모래 650만㎥를 추가로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건설업계와 어민 간 갈등은 여전해 내년 이후의 바닷모래 공급 여부는 불투명하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건물 내진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이런 불량 모래로 인한 부실건축은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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