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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카톡 파고든 유사투자자문업자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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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익명성을 이용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늘고 있다.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만큼 다수 피해자를 낳을 우려도 크다. 종목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 모여든 개인 투자자가 목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상의 투자자 커뮤니티와 SNS에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카톡방) 주소를 남겨 접속을 유도한다. 무료로 종목을 추천해준다거나 그래프 분석 기법을 알려주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대부분 카톡방의 성격은 비슷하다. 오프라인 유사자문업과 비슷한 영업 방식을 온라인상으로 가져왔다.

일대일 방식으로 보유 주식 상담 혹은 개별 종목에 대한 의견을 주는 행위도 자주 볼 수 있다. 모두 불법이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감원 신고를 했더라도 '일대일'이 아닌 공개적 방법으로만 종목을 추천할 수 있다. 게다가 카톡방 운영진 상당수는 상호도 밝히지 않았으며 금융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상태다.

운영진은 버젓이 투자자가 보유한 종목에 대해 상담을 해주며 "상담이 너무 많아 유료 회원을 따로 모집하겠다"며 회원 가입을 요구했다. 가입비는 월 20만~100만원 사이가 보통이다. 하지만 정작 유료 회원으로 가입한 뒤에는 부실한 서비스를 제공해도 환불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장 흔한 것은 이른바 리딩(leading)이라 부르는 실시간 종목 추천이다. 투자 고수가 알려주는 종목과 매수·매도 타이밍을 따르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한 운영자는 스스로를 "20년 이상 증권사 펀드매니저 경력을 갖고 있고 원금 3000만원으로 매월 1500만원 수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운영진이 보유한 종목을 시세조종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접속해 있는 투자자가 한 방에 수백 명에 달하다 보니 중소형주 시세를 올리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이미 알려진 뉴스나 허위 정보를 호재로 포장해 여러 카톡방에 동시다발적으로 배포하는 수법이 사용된다.

한 예로 지난 20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강남제비스코가 신제품 도료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장 마감 후 몇몇 채팅방에는 '(소문 전) 강남제비스코 6조원 초대형계약 연내유력'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소문 전'이란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라는 뜻이다. 다음날 전일 대비 12.6% 오른 가격으로 시작한 이 종목은 그보다 11.9% 하락한 가격에 21일 장을 마감했다.

운영자가 추천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해 항의가 빗발치면 해당 카톡방은 사라지고 새 방을 만들어 옮아가는 일도 흔하다. 이들 카톡방은 상한가 종목을 무조건 매수하는 '상한가 따라잡기', 무관한 종목을 특정 정치인 수혜주라며 소개하는 등 비이성적인 투자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피해 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금감원과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건수는 396건으로 3년 전보다 3배로 늘었다. 금감원도 이달 포상금을 내걸고 피해신고센터를 만들었다. 이 밖에도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한 홍보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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