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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2017 대선 삼국지…각 후보의 전력은 누가 앞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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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천하가 어지러워지고, 청와대의 권위와 실권도 땅에 떨어지자 난세의 혼란을 바로잡고자 국회는 탄핵 격문을 붙여 반박(反朴) 연합군을 조직했다. 연합군에 가담한 맹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데 성공하고 나자 이번에는 다음 대통령 자리를 놓고 다투기 시작했다.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어 서로에게 칼부리를 들이대는 군웅할거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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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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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경쟁 속에 각지에서 일어난 군웅들은 차츰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안철수(국민의당), 홍준표(자유한국당) 등 3개 세력으로 천하를 삼분하며 솥발의 형세를 이룬 가운데, 바야흐로 대권 삼국지를 써내려가고 있다. 3개세력의 전력상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일본 코에이사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에 맞춰 비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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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코에이사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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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프리뷰(Preview): 문재인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수도 서울을 비롯해 물자와 인적 자원이 가장 풍부한 수도권을 장악하면서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당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격파하면서 당 지배력도 확고히 굳혔다. 애초에 풍부한 참모진을 거느린데다가 각지에서 인물들이 속속 모여드는 참이다.

지역ㆍ조직적 기반이 없지만 인지도와 인망이 두터웠던 안철수 후보는 한때 문 후보와 손잡았지만 ‘두 마리의 용은 한 우물에 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독립해 나왔다. 연고가 없던 호남에 지역 세력들의 도움을 받아 안착한 뒤 ‘자강론’을 바탕으로 대망을 꿈꾸어왔다. 한고조 유방이 기반없는 서촉에서 세력을 일으켜 천하를 통일한 것 처럼. 호남은 인구와 경제력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민주화 세력의 본거지라는 상징성이 있다.

홍준표 후보는 수도권에 이어 물자와 인구가 넉넉한 낙동강 이남의 영남에서 오랜 기간 유력 세력으로 군림해온 자유한국당을 등에 업고 있다. 선대(先代) 총사령관의 급작스러운 퇴장으로 전열이 아직 정비되지 못한 게 약점 중의 약점. 홍 후보는 ‘동남풍’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아직까지는 조짐이 없다. 한반도는 봄에 서쪽에서 오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①현역의원, 문 119명:안 39명: 홍 93명=현역 국회의원은 대선이란 전장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장수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현역 의원은 지역 거점을 확보하는 육군과도 같은 전력이며, 지역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가 대선 때 지휘 통솔하는 사단장같은 역할이다. 문 후보 측 특보단장인 민병두 의원은 “시장 등 지역의 주요 거점 등에서 의원들이 일대일로 설득하면 망설이던 사람들도 넘어오곤 한다”고 말한다.

그런 장수(현역 의원)의 숫자는 문 후보 쪽이 119명으로 가장 많다. 숫자도 많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원ㆍ충청ㆍ호남ㆍ영남 등 모든 지역에 골고루 분포해있는 것이 강점이다.

반면 문 후보의 강력한 대항마인 안 후보는 현역 의원이 39명으로 절대 열세다. 치열한 양강 싸움을 벌이던 와중에 지지율의 상승세가 꺾인 데도 이같은 열세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안 후보의 상승세를 견인하던 대구ㆍ경북(TK)과 충청 지역에 현역 의원이 1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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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장악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적, 인적 전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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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를 면치 못하던 한국당은 TK에서 지지율이 반등하며 제3후보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경북 지역 한국당 초선 의원은 “만약 안 후보가 대구ㆍ경북에 바른정당 만큼의 의석만 있었어도 선거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선거유세차량, 문 305대: 안 285대: 홍 264대=현역 의원들이 고지를 점령하는 육군 장수들이라면 유세차량은 해군에 가깝다. 육군같은 밀착 마크나 고지전은 어렵지만, 관할 구역을 일정 시간대마다 순회하며 후보의 존재감을 알린다. 주요 길목을 지키고 서 있거나 때로는 이동하면서 유세의 측면 지원을 맡는다.

유세차량은 문 후보가 305대, 안 후보가 285대, 홍 후보가 264대다. 수치만 보면 큰 차이가 없지만 문재인 측은 유세차량이 항공모함급에 해당하는 5톤 차량 5대, 순양함급인 3.5톤 차량 1대, 초계함급인 2.5톤 차량 12대를 갖췄다. 반면 안 후보 측은 5톤 차량 2대, 2.5톤 차량 14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초계함에 해당하는 1톤 차량이다. 홍 후보 측은 264대 중 5톤 차량 4대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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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 조직적 기반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높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자립에 성공해 대권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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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대변인단, 문 18명: 안 7명: 홍 6명=현역의원과 선거유세차량이 육군과 해군이라면 대변인단은 주요 목표가 나타났을 때 후방 사령부에서 출격해 공중전을 벌이는 공군 전력이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짦은 시간동안 전국 단위의 작전 수행이 가능하고, 네거티브 공세(폭격기)를 비롯해 여타 이슈메이킹(전투기)까지 맡는다. 개별 지역을 장악하지는 못하지만 상대 전체 전력에 큰 손실을 끼치곤 한다.

대변인단도 문 후보 측이 압도적이다. 문 후보 측 조직에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은 안 지사와 이 시장 측 대변인단까지 흡수되면서 18명(대변인 기준)에 달하는 대규모다.

문ㆍ안 후보 측은 대선 후보 선출이 마무리된 지난달 5일 이후 서로 200여건의 공방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다.

안 후보 측은 7명으로 문 후보 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논평수는 184건(5~22일)으로 문재인 측(133건)보다 많다. 안 후보 측 김유정 대변인은 ”대변인 1명에게 걸리는 과부하가 크지만 대선이 코앞인지라 다소 무리하더라도 물량 공세에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 측은 6명이다. 양측 모두 공격하고 있지만 치명적 공격은 아직 없다보니 폭격의 순도가 낮다는 평가도 있다.

④자금력, 문 123억5700만원: 안 86억6800만원: 홍 119억 8400만원=무릇 전투에는 실탄이 있어야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18일 원내 6당에 나눠준 실탄(선거보조금)은 총 421억4200만원이다. 장수 숫자(원내 의석)에 따라 민주당 123억 5700만원, 국민의당 86억 6800만원, 한국당 119억 8400만원 등으로 배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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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TK지역의 지지기반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제3후보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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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 후보 측은 19일 ‘국민주 문재인’이라는 펀드를 만들어 100억원의 선거자금을 추가로 마련했다. 홍 후보 측은 중앙 및 시도당 당사를 담보로 250억원을 대출받아 자금으로 확보했다. 안 후보 측은 ‘안철수와 국민의 동행’이라는 소액 후원금과 대출을 통해 추가 자금을 모을 예정이다. 선관위가 정한 19대 대선의 선거제한비용은 509억9400만원이다.

⑤영토, 문 1만9000㎢: 안 2만1000㎢: 홍 4만9000㎢=지난 총선에서 각 당이 확보한 지역은 전략적 영토다.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의 직능단체를 비롯해 각종 조직표를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의원 수와 영토의 크기는 다르다. 민주당이 지역구는 106석으로 국민의당(26석)이나 한국당(76석)보다 많지만 대부분 서울ㆍ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에서도 도시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민주당의 영토는 1만9000㎢. 반면 호남을 거의 석권한 국민의당은 2만1000㎢, 영남과 강원지역을 거의 휩쓴 한국당은 4만9000㎢에 달한다.

⑥호감도, 문 53%, 안 52%, 홍 18%=전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인물 호감도다. 삼국지에서 유비는 변변한 군사조직이나 영토 없이도 천하삼분의 축으로 떠올랐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호감도는 각각 53%, 52%로 우열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안 후보는 그동안 호감도에서 줄곧 우위에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한편 ‘돼지발정제’ 등으로 곤욕을 치르는 홍 후보의 호감도는 18%로 가장 낮았다. 한국갤럽의 조사는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응답률: 25%(총 통화 4043명 중 1004명 응답 완료),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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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적벽대전`의 한 장면. 제갈량이 빈 배를 띄우는 속임수를 써 조조의 군사들로부터 화살 10만개를 받아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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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객관적인 전력 수치가 결과를 보장하지만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김재욱 한자한문연구소 연구교수는 “조조와 원소가 하북의 패권을 놓고 다퉜던 관도대전이나 조조의 100만 대군에 유비ㆍ손권 연합군이 맞섰던 적벽대전 모두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로 분류된 쪽이 이겼다”며 “하지만 이렇게 객관적 전력과 세력 차이를 뛰어넘으려면 참모 그룹의 뛰어난 책략과 리더의 강력한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운ㆍ안효성ㆍ백민경 기자 pirate@joongang.co.kr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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