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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금강 스님 "빨래하듯 목욕하듯…마음 탁하면 수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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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물 흐르고 꽃은 피네' 출간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미황사 주지 금강(52) 스님이 24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서 에세이집 '물 흐르고 꽃은 피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17.4.24. kihu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사람들의 삶이 수행하는 삶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옷이 더러우면 빨래를 하고 몸이 지저분하면 샤워하듯이 마음이 탁하면 수행을 해야 하는 법이죠."

전라남도 해남 미황사의 주지인 금강(52) 스님이 7년 만에 에세이집 '물 흐르고 꽃은 피네'를 펴냈다. 스님이 '선담'(禪談)이라는 제목으로 2년 동안 월간 '불광'에 연재한 글을 모았다.

책 출간을 기념해 24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서 만난 스님은 "사람들이 마음에는 신경을 안 쓰고 늘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만 의식하고 산다"며 "어느 곳이든 자신이 주인이 되는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삶이 곧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부터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의 주지를 맡은 스님은 '참사람의 향기' 등 각종 참선 프로그램과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세상과 호흡하는 산중 사찰의 전형'을 만들었다.

특히 2005년부터 13년째 진행해 온 일반인 수행 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는 지난 2월 100회를 돌파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님에게 마음 점검을 받은 이도 2천여 명에 달한다.

스님은 "사람들의 고민을 참 많이 들었다. 그게 오히려 제 공부가 됐다"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어 "대개 수행은 좌선(坐禪) 위주인데 좌선은 정(靜)의 힘이 있다"며 "하지만 지혜는 가만있는 가운데 나오는 게 아니라 경계를 만나고 모든 대상을 만났을 때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스님은 "2천여 명을 만나 고민을 듣게 되니 무조건 화두 들고 참선만 시킬 게 아니라 어떤 조언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며 "그에 반응해서 제 공부의 부족함도 보이더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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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1997년 백양사에서 참사람수행결사 운동을 하며 IMF(국제통화기금) 실직자 단기 출가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이 자신의 삶을 바꿨다고 말했다.

"자살 생각이 가득했던 사람들이 마음을 바꾸고 삶의 의욕을 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사람을 살릴 수 있겠구나. 이게 내가 평생 할 일이다'고 생각했어요. 수행이 산속 스님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러면서 스님은 지혜와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무아(無我) 체험을 꼽았다. 사람은 저마다 관점이 다르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무엇인가를 바라보게 되는데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이 만든 편협한 시각을 버리게 되면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님은 "사람들은 물건이나 지위, 재산, 지식을 '나'를 중심으로 쌓는데 오히려 그것들이 실제로는 행복을 방해하고 차별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님은 이 책에서 "과거의 경험이나 자신의 추측, 상상하는 생각을 과감히 버리는 무아적 관점, 그리고 현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모든 것은 홀로 있을 수 없다는 연기(緣起)적 통찰이 살아있어야 지혜가 나온다"며 "그런 지혜의 마음을 늘 살아있게 쓰는 것이 행복하고 평화롭고 자유자재한 삶으로 가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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