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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에너지 정책 시험대 오른 당진 석탄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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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건설 당진에코 사업계획

장관 승인만 남겨둔 상황에서

文 “석탄발전 재고” 안 “승인 반대”

수도권 미세먼지 상당한 영향

환경단체 “새 정부에 공 넘겨야”
한국일보

19일 환경운동연합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충남 당진에코파워 석탄발전소 승인 감사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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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석탄발전 비중 감축’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충남 당진에코파워(당진에코) 석탄화력발전소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최종 개발 승인을 앞둔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데다, 당진에코 승인 취소 여부가 후보들의 미세먼지 감축 의지를 드러낼 가늠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환경단체와 산업부 등에 따르면 당진에코 1ㆍ2호기 개발사업 실시계획은 지난 3일 산업부 내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추진위) 가결을 거쳐 장관의 최종 승인만 남겨둔 상황이다. 당진에코는 1,160㎽ 규모로 허가가 난 국내 1호 민간석탄발전소로, 승인이 되면 2021~2022년쯤 가동을 시작한다. 통상 장관 승인은 추진위 가결 이후 1, 2주 내 발표되는데, 다수 환경단체와 주민뿐 아니라 대선 후보들까지 적극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전후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당진에코는 대선 후보들의 환경분야 최대 관심사다. 실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최근 “당진에코 승인을 취소하겠다”고 직접 언급하며 석탄발전 비중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지난 13일 “당진에코 1ㆍ2호기를 비롯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발전소 9기에 대해서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환경단체는 당진에코가 수도권 미세먼지 문제를 더 가중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충남지역 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수도권 미세먼지(PM10) 일일 평균 농도에 미치는 영향은 최대 21%, 초미세먼지로 불리는 PM2.5에 미치는 영향은 최대 28%나 됐다. 미세먼지 발생 주범으로 꼽혔던 경유차 등 도로이동 오염원이 10% 수준으로 조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비중이다.

이처럼 충남에서 미세먼지가 다량 발생하는 이유는 전국 석탄화력발전시설(59기)의 절반에 가까운 29기(49%)가 충남 서천과 보령, 당진, 태안 4곳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는 “계획 중인 당진에코 1ㆍ2호기는 일 평균 최대 2.5㎍/㎥의 PM2.5 농도를 가중시킬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당진에코 측 관계자는 “당진 내 석탄발전소에 2조5,000억원을 투자해 탈황설비 등을 개선하고 오염물질을 2030년까지 74% 줄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제기되는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고 정부와 지역사회 관계자들의 의견을 계속 수렴해 나가겠다”면서도 승인 취소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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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 관련 정부 정책은 이중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산업부는 지난해 미세먼지 심각성을 인식해 30년이 넘은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단계적으로 가동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서 2015년 수립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9년까지 석탄발전소 20개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은 그대로 추진 중이다. 올해에만 북평 1호기와 태안 10호기 등 석탄발전소 6기가 시험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이고, 9기는 건설 계획 중이다. 폐쇄될 노후 석탄발전소 10기의 설비용량은 3,345㎽에 불과한 반면, 신설될 석탄발전소 20개의 설비용량은 1만8,000여㎽에 달할 것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정부 일각에선 석탄 발전에 부정적인 새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당진에코를 서둘러 승인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새 정권에 결정권을 위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새 정부로 공이 넘어간다면 당진에코는 새 정부의 전력 정책 및 미세먼지 정책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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