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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프랑스 대선 표심을 결정할 여섯 가지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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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랑스 대선은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투표에서 시작된 EU 공동체에 대한 평가는 물론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프랑스 경제에 대한 ‘결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을 비롯해 극좌 ‘프랑스 앵수미즈’의 장뤼크 멜랑숑까지 다채로운 후보들이 난립한 배경이다. 여기에 지난 20일(현지시간) 파리 심장부 샹젤리제 거리에서 발생한 총격 테러는 안 그래도 복잡한 프랑스 대선에 중대한 변수를 하나 더 추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대선을 결정할 수 있는 주요 변수를 6가지로 정리했다. FT에 따르면 우선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경제적인 문제다. 먼저 프랑스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되든 국내총생산(GDP)의 57%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 재정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1974년부터 시작된 프랑스 정부 재정 불균형은 현재 독일은 물론 빚 관리를 못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히는 이탈리아보다 악화한 상황이다. 이에 각 후보들은 과도한 정부 빚을 안정화하기 위한 공약을 내고 있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은 정부의 예산을 급격하게 줄이고, 세금을 낮춰 경제를 살리는 신자유주의적인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중도 신당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점진적으로 정부 재정을 감소시키는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르펜과 멜랑숑은 이념적으로는 극우와 극좌로 반대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 재정면에서는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두 번째 이슈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종사자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현재 프랑스 일자리의 5분의 1은 공공 일자리로 520만명에 달한다. 피용은 50만여명의 공공 일자리를 줄이고 공무원의 근로 시간을 늘리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마크롱 역시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르펜은 뚜렷한 공약을 공표하지 않았고 멜랑숑은 공공 일자리의 임금을 올리는 방안을 공약으로 정했다. 이 같은 정책은 공공기관 종사자의 표심에도 영향을 줘 공무원의 24%는 멜랑숑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23%는 르펜을 지지했다. 하지만 피용에 대한 지지율은 15%에 그쳤다.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은 고립주의가 시대적 과제임을 드러낸 정치적 사건이었다. 프랑스 대선에서도 이 주제는 산업 구조조정, 자유무역과 맞물리면서 여전히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2015년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200만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정도로 변화하는 경제 여건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르펜과 멜랑숑은 모두 자유무역을 반대하고 있다. 르펜은 “프랑스의 재산업화”를 주장하면서 영리한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고 있고, 멜랑숑은 농업과 일부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을 주장한다. 마크롱은 혁신을 통해 프랑스의 제조업 등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유권자들 10명 중 9명은 실업률이 걱정거리라고 말할 정도로 일자리는 표심의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제다. 현재 프랑스 실업률은 10% 정도로 특히 25세 이하 청년층의 4분의 1은 일자리가 없을 정도로 ‘직업’은 민감한 대선 주제다. 현재 피용과 마크롱은 현재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와 같이 기업들이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해주고 구직자에게는 취업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선호한다. 르펜은 외국인을 고용할 경우 해당 기업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방식으로 프랑스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취업에 유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20일 프랑스를 충격에 빠뜨렸던 샹젤리제 테러 이후 안보 문제는 프랑스 대선을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현재 모든 후보자들은 테러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해 안보에 대한 예산을 모두 증액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특히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입하기 위해 프랑스를 떠나 시리아 또는 이라크로 갔다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 극단주의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안보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르펜은 난민 유입 반대를 적극 주장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들은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이 중 피용은 정보기관을 개혁해 극단주의자들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고, 마크롱은 경찰 병력의 증원과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퇴치하기 위한 국제 네트워크 강화 등을 공약으로 정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2016년 8만5000명 수준으로 증가한 난민 또는 이민 문제에 대해서도 후보자들의 대응 방안은 각기 다른 상황이다. 특히 무슬림 이민자와 관련해 공공 영역에서 부르키니 등을 허용할 것인지 문제는 유권자의 표심을 가를 민감한 주제다. 르펜은 이민 문제를 가장 부각시키면서 극우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에 기대고 있다. 그는 당선될 경우 이민과 관련한 모든 법적인 절차를 중단시키겠다고 공언했고 현재 대비 이민 유입 인구를 8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피용 역시 이민자의 인원을 쿼터를 정해 관리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드러낸 상태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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