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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지금 SNS에선]‘혼술남녀’ PD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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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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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혼술남녀>의 조연출이었던 이모 PD의 죽음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6개월 만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대책위원회가 밝힌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 노량진 청년 공시생들의 애환과 고민을 담은 드라마’라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무색하게 드라마 제작에 투입된 20대 직원은 살인적 노동강도와 비인격적 대우에 시달렸다. 55일 동안 출근하지 않은 날은 이틀이었고,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4.5시간에 불과했다. 사측은 고인이 실종된 지 나흘이 지나서야 유가족에게 알렸고, “평소 근무태도가 불량했다”며 고인을 비난했다. CJ 측은 “제작 환경이 타 프로그램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 이 PD의 근무태도가 불량해 오히려 사측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는 고인을 애도하고 사측을 비판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가혹한 제작환경과 군대식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모욕·학대로 발생한 사건” “‘드라마계의 관행’이라고 해서 살인적인드라마 제작환경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비판이 올라왔다. 트위터에는 고인을 추모하고 방송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기 위한 계정 ‘tvn신입조연출 사망사건대책위’(@tvn_honsul_pd)도 만들어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혼술남녀>는 청년 세대의 아픔을 조명하겠다는 취지의 드라마였는데, 정작 그 청년들을 착취하면서 제작되었단 것에는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 중요한 건 그저 돈”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이용자는 “단 하루만이라도 술 한잔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면 너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술남녀> 촬영현장은 그 술 한잔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인 ‘노동착취’에 기인하고 있다”고 적었다.

피해자 동생의 페이스북 계정이 돌연 정지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사태가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내사에 착수했다. 뒤늦게나마 고인의 죽음의 진상이 밝혀지고, ‘청년의 뼈를 갈아 넣어 방송을 만드는’ 제작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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