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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BIZ] 페이스북, 텔레파시·AR 기술에 미래를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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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대회 F8서 미래 기술 공개… 뇌파 측정해 상대방에게 생각 전달… 스마트폰·PC 대체하는 'AR 안경'… AI 탑재한 메신저…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 소재 매케너리 컨벤션센터. 이날 열린 페이스북의 연례 개발자대회(F8)에 레지나 듀건 '빌딩8'(페이스북의 미래 기술 연구조직) 부사장이 기조연설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수백 명의 청중들에게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뇌를 통해 곧바로 소통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듀건 부사장이 서 있는 단상의 뒤편에 동영상 한 편이 떴다. 아무런 소리도 없는 영상 속에 한 남성이 스마트폰에 '검은색 공을 들고 흔든다'고 입력하자, 반대편에 앉은 상대방이 곧바로 같은 행동을 했다. 스마트폰 화면은 상대방이 볼 수 없도록 가려져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 머릿속 생각을 곧바로 상대방에게 전달한 것이다. 공상과학에 나오는 '텔레파시' 기술을 청중들에게 시연해 보여준 것이다. 이 영상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와우∼!'라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 기술은 뇌파를 측정해 생각을 읽고, 이를 데이터로 바꿔 피부에 장착한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로 전달한 것이다. 듀건 부사장은 "앞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도 사라지고, 언어의 장벽도 사라질 것"이라며 "중국인이 중국어로 생각하면, 스페인 사람은 스페인어로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18일부터 이틀 간 열린 F8에는 페이스북이 꿈꾸는 미래의 기술을 보기 위해 세계 각지의 개발자·언론인·애널리스트 등 모두 4000여 명이 모였다. 페이스북은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통화하는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의사소통 기술을 이곳에서 대거 선보였다. 외신들은 "페이스북이 스마트폰 시대를 종결하고,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대로 한 발짝 나아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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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 대회(F8)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이날 “증강현실(AR) 기능을 탑재한 안경과 콘택트렌즈가 TV 같은 디지털 기기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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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VR 체험…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어서

매케너리 컨벤션센터 2층에 마련된 전시장은 입구에서부터 AR존(zone)이 눈에 들어왔다. 페이스북의 새 서비스인 '카메라 효과 플랫폼'을 체험할 수 있었다. 관람객들이 이곳 카메라 앞에 서면 다른 쪽 화면에는 얼굴과 함께 다양한 가상 이미지가 입혀져 나왔다. 개발자·디자이너들이 AR 서비스를 만들 때 사용하는 개발 프로그램 'AR 스튜디오'에도 관심이 쏠렸다. AR 스튜디오는 동영상 속 사람의 움직임이나 건물 모양, 거리감까지 측정해 3D(입체) 효과를 주는 소프트웨어다.

현장에서 만난 페이스북 직원은 "현재는 베타(beta·시험) 버전이지만 앞으로 이 기술에 기반해 다양한 AR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수많은 외부 개발자들이 페이스북의 AR 프로그램을 활용해 색다른 서비스를 만들면서 하나의 '페이스북 AR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전시장의 다른 한쪽에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서비스인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한 시간 넘게 줄지어 기다렸다. 대기행렬은 행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이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아바타(avatar·가상 인격)를 통해 다른 사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 마련된 VR기기를 머리에 쓰니 화면은 하와이의 해변 배경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다른 사용자와 만나 대화도 나누고, 허공에 손을 내저으며 인사도 나눴다. 페이스북 측은 "우리가 만드는 모든 서비스는 소셜(social)이 핵심"이라며 "페이스북 스페이스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서비스"라고 말했다. PC나 스마트폰의 '페이스북'에서 글을 남기는 수준을 넘어서,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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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듀건 ‘빌딩8’ 부사장이 연설 도중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 페이스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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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VR 소셜 서비스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체험하려고 줄 서 있는 모습 / 새너제이(미국) 강동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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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효과 플랫폼’ / 새너제이(미국) 강동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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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꾸는 'AR 안경'

페이스북은 이번 행사에서 스마트폰·PC 등을 대체할 기기로 'AR 안경'을 꼽았다. 페이스북이 구상하는 AR 안경은 구글이 2014년 공개했던 '구글 글래스'와는 다르다. 안경 자체가 하나의 컴퓨터이자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PC·TV 등과 같은 IT(정보기술) 기기 역할을 모두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AR 안경을 쓰면 안경 렌즈가 TV 화면이 되는 식이다. 페이스북의 자(子)회사인 오큘러스의 마이클 아브래시 최고과학자(Chief Scientist)는 "아직 AR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급속도로 모든 기기를 대체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AR 안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 막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자사의 첫 상용 하드웨어인 360도 카메라 '페이스북 서라운드 360'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기어360같이 상하좌우를 한 번에 촬영할 수 있고, 원근감까지 정확하게 측정해 영상으로 표현한다. 이를 위해 경쟁사 제품이 렌즈 2개를 쓰는 데 비해, 24개의 렌즈를 장착한 제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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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서비스를 만들 때 사용하는 개발 프로그램 ‘AR 스튜디오’ 체험 모습 / 새너제이(미국) 강동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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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슈뢰퍼 CTO가 24개의 렌즈를 장착한 360도 카메라를 소개하고 있다. / 페이스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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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만난 메신저

페이스북은 인공지능을 입힌 메신저 서비스를 공개했다. 페이스북 메신저에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인 'M'을 탑재한 것이다. M은 이용자의 대화 내용을 분석해 적합한 서비스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메신저에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척척 처리한다. 현재는 음식 배달 서비스만 제공되지만 앞으로 쇼핑, 콜택시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챗봇(chatbot·자동 응답 메신저) 기능도 대거 확대했다. 기업들이 자사를 대변할 챗봇을 메신저에 등록하면, 고객들이 이런 챗봇과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예컨대 자동차 구매에 관심 있는 이용자가 특정 브랜드의 챗봇에게 각종 기능이나 가격 등을 물어보면 대답을 해준다. 구글에 검색어를 입력해 정보를 찾는 방식을 넘어 직접 정보를 가진 챗봇과 대화하며 정보를 얻는 기술이다. 데이비드 마커스 메신저 총괄 부사장은 “현재 12억 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의 메신저로 소통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기술과 챗봇을 통해 아시아, 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IT업계는 “페이스북이 올해 F8을 통해 최고 기술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상상 속의 기술을 대거 현실로 끌어왔다는 것이다. 미국의 IT전문 매체인 테크크런치는 “더 이상 별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다. 페이스북은 생각만으로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이라고 보도했다.

:F8

페이스북이 매년 개최하는 개발자대회다. F8은 페이스북(facebook)의 첫 글자인 ‘F’와 8시간을 의미하는 ‘8’로 이루어졌다. 페이스북은 창업 초기부터 개발자들이 모여 8시간의 해커톤(짧은 시간에 소프트웨어 개발 완료) 행사를 했다. ‘8’은 이런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페이스북의 미래 기술 연구 조직인 ‘빌딩8’도 같은 이유로 명칭에 숫자 8을 넣었다.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과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증강현실은 실제 환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씌워서 보여주는 기술을 뜻한다. AR 기기로 거실 벽면을 보면 현실에는 없는 명작 그림이 보이는 식이다. 가상현실은 사용자가 가상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VR 기기를 머리에 쓰고 상하좌우를 보면 스노클링을 하는 것처럼 물속을 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상현실 서비스는 주로 사용자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고글 형태의 기기를 쓰고 이용한다.

[새너제이(미국) 강동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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