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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IF] 요구르트 속 유산균의 '신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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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보조제에서 질병 치료제로

아토피 잡는 '김치 유산균'

갓김치서 추출한 성분 쥐에게 먹였더니 아토피 증상 40% 감소

정신질환 치료에도 효과

유산균 지속적 투여하자 정신분열증 원인인 몸 속 '젖산균' 줄어들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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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1년 남짓 된 아기들에게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인체에 이로운 미생물) 섭취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유산균이 면역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배앓이를 하는 아이에게도 유산균은 특효약이다. 발효식품 수요가 늘면서 유산균으로 만든 성인용 정장제(장 활동 자극제)도 인기다.

건강기능식품의 대명사로 통했던 유산균이 치료제로 진화하고 있다. 아토피나 정신질환처럼 기존 약으로는 치료가 쉽지 않았던 질병에 유산균이 효과를 보이면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제약사·병원·연구기관들도 유산균을 이용한 신약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유산균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아토피 피부염'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이 평소보다 과도하게 일어나면서 생기는 과민성 피부 면역 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에서 자주 나타난다. 참기 힘든 가려움을 동반하지만 아직 명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정부 연구소인 세계김치연구소는 지난 12일 아토피 피부염 증상을 개선하는 새로운 김치 유산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최학종 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여수 돌산 갓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 '와이셀라 시바리아(Weissella cibaria) WiKim28'을 아토피를 앓던 쥐에게 45일간 먹인 결과, 증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붓기나 털 빠짐 등 피부염 증상도 40%가량 감소했고, 혈중 알레르기 유발 물질도 절반가량 줄었다. 유산균이 체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의 활동을 막으면서 과도한 면역반응이 억제된 것이다.

이수영 아주대 의대 교수는 지난 11일 일동제약과 함께 유산균 'ID-RHT3201'이 체내에서 아토피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만 1~12세 소아 100명에게 유산균 제품을 12주 동안 하루 1회 먹게 한 결과, 아토피 중증도지수(SCORAD·0~103)가 13.89점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아토피 피부염 발생에 관여하는 단백질 물질도 줄어들었다"면서 "유산균이 면역을 억제하는 원리를 응용해 류머티즘 관절염과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 면역 질환 치료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는 이달 초 정신질환 치료에서 유산균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연구에서 조현병(정신분열병)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목 주변에 분포하는 젖산균을 유산균으로 잡아낸 것이다. 연구진은 위장 질환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것으로 유명한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Lactobacillus rhamnosus)'를 미국 성인 56명에게 2주간 투여한 결과, 유해 세균이 감소하는 걸 확인했다.

김치연구소 최학종 책임연구원은 "단순히 건강을 좋게 하는 효능만 있는 줄 알았던 유산균이 과학자들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하나둘씩 새로운 효능을 드러내고 있다"며 "약효 물질만을 분리해 정제하는 연구에서도 성과를 보인다면 유산균이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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