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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오늘도 내일도… 나는 늘 '웃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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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품 그 도시]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 ― 백화점

"웃고 싶지 않은데 웃어요. 자꾸 웃거든요. 나는 매일 웃는 사람입니다. 웃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지금도 웃지 않았나요? 웃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요. 이렇게 웃습니다. … 너는 누구입니까, 어떤 사람입니까,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매일 웃는 사람입니다."

황정은의 단편 '복경'을 읽었을 때, 나는 백화점 화장품과 향수, 잡화 코너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상냥한 얼굴로 웃었다. '상냥하다'는 형용사는 내가 백화점을 떠올릴 때마다, 1층 화장품 코너의 향수 냄새와 함께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백화점 1층에서는 남자 직원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책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에는 백화점에서 미처 보지 못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기록으로 시작된다.

"물건도, 사람도, 그리고 CCTV도 참 많은 백화점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풍경들도 있었습니다. '앉아 있는 백화점 노동자' '안경을 낀 여성 노동자'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는 백화점 노동자'입니다. … 하지만 단연 기억에 남는 순간은 '스태프 온리 구역'에 들어가던 날이었습니다. … 어딜 가나 상품이 담긴 종이 박스들이 가득가득인 모습을 보며, 확실히 그곳은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상품만을 위한 공간', 즉 창고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건은 다리도 아프지 않고, 잠시 햇볕을 쬐고 하늘을 보며 맑은 공기를 들이마실 필요도 없으니, '물건만을 생각한' 창고에는 의자나 창문이 필요 없는 것이겠지요."

조선일보

서울의 한 백화점 구두 매장. 작가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12명을 관찰한 책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에서 백화점의 직원 전용 공간을 상품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표현한다. “물건은 다리도 아프지 않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실 필요도 없으니 창고에는 의자나 창문이 필요 없는 것이겠지요.” /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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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는 백화점 안에 있는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다. 그들은 화장품이나 잡화, 의류, 식료품관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모두 12명이다. 나는 백화점을 쇼핑 공간이 아닌 노동 공간으로 인식해본 적이 없었다. 백화점이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상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이들의 노동 시간이 백화점이 문을 여는 10시 30분 이전인 8시 30분에 시작돼, 폐점 시간인 8시를 훌쩍 넘겨 12시간 넘게 지속된다는 것도 몰랐다. 백화점에 소수의 정규직과 계약직, 용역직, 파견직, 일용직, 임시직,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비정규직이 섞여 있다는 것도 실감해본 적이 없다. 가령 고객용 화장실과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이들의 공간이 얼마나 열악한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엘리베이터가 좀 많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바쁠 때는 잠깐이라도 고객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좋겠어요. 대부분 밥 먹으러 직원 식당에 못 가요. 백화점 본점 같은 경우는 직원 식당이 13, 15층에 있고 이용하는 직원은 3000명이 넘는데 엘리베이터는 8대밖에 없어요. … 직원 식당이 본관 같은 경우는 15층에 있고 직원용 엘리베이터가 한 대밖에 없어서 밥 먹으러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참 힘들어요. 가끔 가다 저 같은 경우도 점심시간을 놓쳐 버릴 때가 있고요. 진짜 밥 한 끼라도 편하게 먹어야 하잖아요. 부랴부랴 먹고 내려오면 자주 체해요. 힘들어요. 왔다 갔다 하면 30분 까먹는 건 기본이에요."

여자들이 근무하는 백화점 1층에는 여성용 직원 화장실이 없다. 이들은 고객용 에스컬레이터를 쓸 수 없기 때문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많은 곳을 돌아가야 한다. 방광염과 허리 디스크는 이들의 직업병이다. 얼마 전 본 영화 '히든 피겨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배경은 1960년대, 인종차별이 존재했던 그 시절에는 화장실까지 '인종'이 분리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타는 대중교통에마저 백인 칸과 유색 인종 칸이 분류되어 있으니 말을 말자.

이 영화에서 천재적인 수학능력을 가진 여자 주인공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가까운 화장실을 쓸 수 없게 된다. 덕분에 우주인을 달로 보내는 최초의 나사 프로젝트의 계산을 하다가도, 그녀는 다른 건물에 있는 '유색 인종 화장실'로 뛰어가야 한다.

어째서 당신만 종종 자리를 비운 채 사라지는가에 대한 백인 팀장의 호통에 대한 그녀만의 비밀은 바로 '화장실'이었던 셈이다. 여성이며 흑인인 그녀의 처지를 1960년대 당시 나사의 남자 과학자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각종 매체에선 종종 '블랙컨슈머'에 대한 기사를 쏟아낸다. 상상하기 힘든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걸 그때마다 알게 된다. 1년 넘게 사용한 흔적이 역력한 제품을 가지고 와 교환도 아닌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찰은 '그들은 왜 뻔뻔한가!' 같은 책을 보면 잘 드러나 있다. 사실 이런 종류의 놀라움과 분노는 백화점이든 마트든 그곳이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공간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의 진상 짓'을 주목하다 보면 상식을 벗어난 행위 때문에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겪는 감정 노동은 간과하기 쉽다.

이 책들에는 수시로 고객을 가장해 판매원들의 서비스를 감시하는 '미스터리 쇼퍼' 제도의 비인간적 측면, 백화점 측의 강한 매출 압박 때문에 '가매출'이라고 부르는 가짜 매출을 만들어 돌려막기를 했다가 빚더미에 앉은 의류 매장 매니저 이야기, 백화점 측의 높은 수수료 문제와 감정 노동에 대한 회사 측 대응에 관한 문제점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이 그곳에 있는 사람들 입을 통해 전달된다는 건 이 책의 확실한 장점이다. 학문적 고찰이 아닌 인터뷰라는 강력한 형식이 가진 증언의 힘으로 문제에 접근했다는 것 말이다.

황정은 소설 '복경'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다. 화장실에 핸드백을 두고 왔으니 지하 주차장으로 가져오라고 전화를 건 고객에 대한 침구류 매장 직원의 대답이었다.

"직원은요, 고객용 화장실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고객님. 고객용 화장실은 어디까지나 고객을 위한 공간이므로 고객용 화장실에 똥을 싸러 들어갈 수 있는 것은 고객뿐이고요, 뭔가 쌀 작정이 아니더라도 직원은 출입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저는 할 수 없고 예외는 없습니다.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 치사하지만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그걸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순간도 한 번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조금 더해보겠습니다…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단호한 대답으로 전화를 끊으며 내가 실은 웃었습니다. 그것을 기억해두고 싶습니다. 그 웃음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은 것은 그렇게 웃고 싶기 때문입니다."

웃음이란 무엇일까. 살면서 우리는 종종 가면처럼 웃음을 착용한다. 슬퍼도 웃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서 본 날, 우리는 질문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웃음이 가면이 되어 내 얼굴에 달라붙기 전 나의 웃음은 어떤 것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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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안미선, 여성민우회 지음 / 복경―황정은 단편

[백영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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