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9일 KBS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국정원이 북한에 직접 물어봤다는 게 아니라 국정원의 해외 정보망을 통해 북한의 반응을 판단해봤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송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부정했다. 이에 송 전 장관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문서를 공개했다. 청와대 마크가 찍힌 이 문서는 2007년 11월 20일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노 전 대통령이 그를 직접 불러 보여준 것이라고 한다.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의 폭로에 대해 ‘제2의 북방한계선(NLL) 공작’이라고 규정하면서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1월 16일 이미 기권을 결정했기 때문에 이후 북한의 반응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제2의 NLL 공작’이란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NLL 논란은 공작이라고 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에서 NLL 무력화에 이를 수 있는 서해평화지대를 적극 논의해 합의까지 한 것은 사실 아닌가. 게다가 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사람을 겨냥해 ‘북풍(北風) 공작’ 운운하는 것도 생뚱맞다.
이번 문건이 사실이라면 “11월 16일 기권이 결정됐다”는 문 후보 측의 기존 주장은 사실에서 더 멀어진다. 송 전 장관의 주장에 따르면 주무 장관으로 계속 반대하자 노 전 대통령이 11월 20일 북한 측 반응을 보여주며 설득한 것이 된다. 문 후보 측은 “북한에 의견을 물은 것이 아니라 통보한 후 반응을 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문건은 북한의 1인칭 화법으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 “남측의 태도를 예의 주시할 것”처럼 대부분의 표현이 향후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북 인권결의안을 가해자 집단에 물어본 뒤 기권했다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에 대한 형사고발 검토 방침을 밝히고 이번 사태를 색깔론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유력 대선 후보의 대북관과 정직성에 관한 문제를 ‘색깔 공세’로 모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지율 1위인 문 후보는 문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설명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문 후보가 ‘주적(主敵) 논란’보다 더 큰 난관이라고 할 사안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유력 대선 후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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