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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정치인과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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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살인자’라도 “존경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총리 시절인 2011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를 “유럽의 위대한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웠다. 총리를 세 번 하고도 미련이 남은 베를루스코니는 “트럼프와 유사성이 있다”며 재기를 모색 중이다. 마초끼리는 통하는가 보다.

베를루스코니와 트럼프는 막말뿐 아니라 여성 편력, 성추문 등에서 쌍벽을 이룬다. 베를루스코니는 재임 중 미성년자 등과 자택에서 일명 ‘붕가 붕가’ 섹스파티를 벌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서 성관계 이력을 떠벌린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돼 낙마할 뻔했다.

트럼프처럼 스트롱맨을 꿈꾸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막말 정치를 따라하더니 여성 비하, 성추문까지 닮고 있다. 홍 후보는 얼마 전 “설거지는 여자가 할 일”이라고 실언했다가 사과했다. 어젠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약물을 사용해 성폭력 범죄를 모의했다고 고백한 자서전 내용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한국당은 안 그래도 ‘성추문당’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전신인 새누리당, 한나라당 시절 강용석·심학봉·윤창중·박희태 등의 성추문이 꼬리를 물었다. 오죽했으면 보수적 가치에 내재된 남성우월의식 탓이라는 분석까지 나왔을까.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후보 자격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충격적”이라며 “범죄 심리학자들이 연구할 대상”이라고 했다. 홍 후보는 “관여한 게 아니라 들은 얘기”라고 해명했고 정준길 한국당 선대위 대변인은 “혈기왕성한 대학교 1학년 때 벌어진 일”이라며 용서를 구했다.

이번 일은 지난해부터 연달아 터져 나온 대학교 ‘카톡방’ 언어 성폭력 사건들의 실제판을 연상시킨다. 가해자들은 모두 남성이고 하나같이 여성에 대한 음담패설, 성적 대상화를 넘어 “여자 낚아서 회 치자” 등 성범죄 수준의 대화를 즐겼다. 홍 후보는 공약집에서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면 오히려 강력한 처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홍 후보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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