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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00일 앞둔 트럼프 본색…외교는 `세계경찰` 경제는 `미국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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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내는 투트랙 정책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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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에 가까워지면서 외교·안보 분야와 경제·사회 분야에서 각기 다른 '투 트랙' 행보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경제와 사회 분야에선 기존의 고립주의를 고수하는 반면 외교·안보 분야에선 세계주의로 가닥을 잡아간다는 분석이다.

2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달 들어 외교·안보 분야에서 급격하게 태도를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시리아 알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을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로 폭격했다. 시리아 정부를 배후에서 지원하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차갑게 돌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친러 성향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최근의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역대 최악" 등의 발언을 통해 러시아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시키며 강력하게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설정한 '레드라인'은 없다"며 "필요시 단호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해 선제타격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과거 자신이 "쓸모없다"고 비난하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180도 바뀐 모습이다. 트럼프는 12일 "나토는 이제 더는 쓸모없지 않다"며 "나토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방어벽"이라고 필요성을 인정했다. 반면 경제·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립주의를 고수하는 모습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 "완전히 없애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외국산 철강 수입이 미국 안보를 침해할 경우 수입 제한 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20일 서명했다. 최근 캐나다가 미국산 우유에 관세를 부과하자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매우 불공정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과 3월 반이민 행정명령에 잇따라 서명한 데 이어 18일에는 외국인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선거 때부터 보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그대로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화는 외교·안보 분야 참모진 교체가 영향을 끼친 결과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 곁에서 고립주의 정책을 기획해온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축출되며 권력 중심부에서 멀어지고, 그 자리를 네오콘 성향의 매파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채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유대인 출신으로 친이스라엘 정책을 주도한 재러드 쿠슈너도 권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세계주의자들이 백악관 내 권력 암투에서 승리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도 개입주의 쪽으로 선회하게 됐다.

반면 경제 분야에서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시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보호무역주의 성향 인사들이 건재하다. 사회 분야에선 반이민 성향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반이민 행정명령 및 불법 이민자 단속 등을 주도하는 중이다. 이 같은 참모진의 상반된 성향이 각기 다른 정책 변화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는 고립, 외교·안보는 개입을 원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성향도 이 같은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2월 WSJ·NBC방송 공동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 중 과반인 53%가 "자유무역이 미국에 피해를 끼쳤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국이 세계에 개입하기보단 집안 사정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문항엔 32%의 공화당 지지자만이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WSJ는 이런 지지자 성향이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법안 등을 통과시킬 때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애초에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철학은 원칙이라기보다는 '피해 의식'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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