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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생활정보] 초반 돌풍 ‘케이뱅크’ 가입해보니-공인인증서 없이 가입…휴대폰 번호만 알아도 송금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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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퀵송금 방식은 공인인증서를 깔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이 가능해서 편리했다.


영업 시작 2주 만에 20만명.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잠깐용어 참조) 케이뱅크의 신규 가입자 성적표다. 옥성환 케이뱅크 경영기획본부장은 “애초 이 정도로 호응을 얻을 줄은 생각 못했다. 비대면 영상 인증으로 가입해보려는 사람들도 많아 관련 콜센터 인력을 확충하느라 회사는 초비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케이뱅크 가입에 성공(?)했다는 주부 이지은 씨는 “무엇보다 공인인증서가 없어 좋고 GS25 편의점 아무 곳에서나 수수료 없이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게 최대 강점”이라며 만족해했다.

▶기자도 한번 도전?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 가입 ‘편하네’

호기심을 참지 못한 기자도 일단 스마트폰 화면을 띄웠다. 안드로이드폰이라 구글플레이에서 ‘케이뱅크’를 검색하니 바로 뜬다. 흠…그런데…앱을 또 설치해야 한단다. 평소 호기심이 많아 이미 이것저것 깔아두느라 앱 포화 상태인데 또 앱 설치라…. 게다가 24MB를 차지한단다. 먼저 몇몇 앱을 지워야 했다. 경험상 은행 앱은 한번 깔면 수시로 업그레이드가 되고 또 자리를 차지할 텐데라는 생각에 일단 마음이 좀 무거웠다. 이러구러 어쨌든 앱은 설치했다.

앱을 열자 지점 방문 없이 계좌 개설이 가능하단다. 단, 필수 준비사항은 본인 명의 휴대폰 또는 공인인증서, 신분증이다. 선택사항으로는 본인 명의 금융기관 계좌가 있었다. 나중에 본인인증 용도로 쓰인다나.

일단 회원가입을 위해 본인 명의 휴대전화 인증 절차에 돌입한다. 인증번호가 날아온다. 그대로 입력하니 다음 단계로.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촬영하란다. 시키는 대로 주민등록증을 찍으니 바로 주민번호와 등록 일자까지 인식한다. 오호! 편리하다.

다음. 케이뱅크 가입 시 듀얼K입출금통장이 개설된다는데 최고 이율이 연 1.2%다. 이것도 일단 만족. 게다가 체크카드 발급도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Kbank체크카드통신캐시백형’으로 KT 통신요금 3000원 캐시백(프로모션 기간 내 최대 3만원까지 캐시백)을 해줌과 동시에 GS25 할인, GS&포인트 적립도 해주는 상품이다. 포인트 적립형 체크카드도 있는데 GS25 할인, GS&포인트 적립은 기본, 케이뱅크 포인트 1% 적립(최대 3% 적립)을 해주는 카드다. 일단 포인트 적립형으로 등록해본다. 같은 창에서 눈에 띄는 건 ‘무카드 거래 서비스’. GS25 편의점에서 체크카드 없이도 계좌번호, 비밀번호로 언제든 현금을 출금할 수 있다고. 게다가 수수료도 면제라니! 이거 괜찮네. 당장 신청이다. 이어 여느 금융사에서 하는 케이뱅크 약관 동의 절차를 거치는데 여긴 또 하나 특이한 점이 GS리테일 멤버십 약관, 개인정보 동의를 추가로 해야 한다. ‘케이뱅크의 실질 수혜자는 GS리테일인가?’란 생각이 스친다.

다만 아쉬운 건 직장 정보를 무조건 입력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 필수 고지서를 자택으로 받고 싶다고 했는데도 직장 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 직장이 없는 사람은 가입도 하지 말란 말인가.

다음은 본인인증 차례. 다시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타행 계좌 입금, 즉 기자의 다른 은행 계좌에서 케이뱅크 계좌로 일정 금액을 입금하거나 아니면 영상통화로 본인인증을 하는 방법이다. 호기심에 영상통화 본인인증을 눌러본다. 함흥차사다. 다른 약속이 코앞인데 계속 기다리라고만 한다. 방향을 틀었다. 타행 계좌를 누르니 문자가 왔다. ‘본인 확인을 위해 아래 금액을 입금해주세요’라며 계좌번호와 함께 ‘900원’을 입금하라는 내용이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타 은행의 암 걸릴 듯한 공인인증서 설치 과정에 비하면 훨씬 쉬웠다. 입금했다. 가입 완료다.

15분 정도 걸렸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이다.

이제 앱을 둘러볼 차례. 로그인을 누르자 간편비밀번호 6자리를 누르란다. 타 은행 앱은 공인인증서 설치를 한 후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는데 훨씬 간편했다. 접속하니 첫 화면에 ‘듀얼K입출금통장 잔금 900원(본인인증 과정에서 송금했던 돈)’이 떡하니 나를 반긴다.

찬찬히 앱을 둘러본다. ‘퀵송금’이 눈에 띈다. 상대방 휴대폰 번호만 알면 소액 송금이 가능하다. 가입 신청을 하려 했더니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단다. 그것도 당행(케이뱅크)에 등록된 공인인증서가! 잠시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되나 보다 신나했는데, ‘에잇’이다. 마침 타행 공인인증서가 스마트폰에 내장돼 있어서 등록을 하긴 했지만 완벽하게 공인인증서의 마수(?)에서 헤어 나오진 못한 느낌이다. (기자가 가입할 당시는 4월 15일. 이런 불편함이 반영됐는지 케이뱅크는 4월 19일부터 퀵송금 계좌연결 시 공인인증서 절차를 제외했다고 알려왔다.)

후배 기자에게 전 재산(900원)의 절반이 넘는 500원을 ‘퀵송금’으로 보내보기로 한다.

공인인증서 암호를 한 번 더 입력해야 한다는 점은 종전 은행과 다를 바 없지만 상대방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송금을 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모임에서 더치페이할 때 요긴하게 쓰일 거 같다. 한도가 30만원으로 제한된 건 좀 아쉬운 대목. 좀 더 올려줘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체 과정에서 편리한 점은 또 있었다. OTP카드를 안 들고 다녀도 된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휴대폰 OTP’ 서비스라는 게 있는데 스마트폰에서 비밀번호 인증만 하면 별도 입력 절차 없이 자동으로 OTP 번호가 생성, 입력된다. 이전까지는 이체를 위해 반영구 OTP 생성기를 휴대해서 다녔는데.

예적금 상품, 대출상품도 금리가 꽤 매력적이다. 특히 중금리 대출상품 조건이 좋다. 직장인K 신용대출은 마이너스통장, 원리금 균등, 만기일시 방식 등 상환 방법을 모바일에서 선택할 수 있다. ‘안심 대출을 위한 보험 패키지’도 무료로 가입하게 해 보이스피싱 같은 전자금융사기를 당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금리. 최저 연이율이 2.96%로 일반 은행 대비 꽤 괜찮은 조건이다. 다른 중금리 대출상품 역시 4~5%대(슬림K 중금리대출 4.15%, 미니K 마이너스통장 5.5%)로 시중은행 대비 금리가 낮은 편이다.

이색 예금도 눈길을 끈다. 뮤직K 정기예금은 현금 대신 월정액 음악 감상을 이자로 받는 상품. 300만원을 예치하면 360일 만기, 30일 단위로 이자가 지급되는 상품인데 KT뮤직의 지니뮤직 이용권과 현금이자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상품은 아무리 등급이 나쁘다 해도 일정 요건만 갖추면 한 자릿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 호응이 높다. 급전이 필요할 때는 지문 인증만으로 한도 300만원의 마이너스통장(미니K)도 만들 수 있다. 또 출범 상품으로 내놓은 2% 금리 특판 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도 한 회차당 200억원 규모로 3회를 띄웠는데 내놓자마자 600억원이 완판됐다”고 소개했다.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 즉 ‘가입 쉽고, 상품 설명 명확하고, 이자 혜택 좋은’ 앱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여전히 몇몇 서비스에선 종전 은행 서비스와 비슷한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진일보했다 싶다.

▶과제는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발목

시중에 없는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케이뱅크가 초반 흥행몰이로 일단 관심을 끌어모은 건 합격점. 다만 아쉬운 점도 적잖다.

일단 법개정은 두고두고 숙제다. 케이뱅크는 KT, 우리은행, 8퍼센트, GS리테일 등이 자본금 2500억원을 모아 출범한 회사다. 문제는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개발로 이미 자본금 상당수를 소진한 상황. 증자를 해야 하는데 모든 주주가 현행법에선 같은 비율로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 KT처럼 돈 많은 회사가 좀 더 내고 싶어도 은산분리법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런데 나머지 주주사의 추가 출자 여력이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그마나 정기예금 특판 상품 판매 호조로 자본금이 일부 충당되고 있지만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게 케이뱅크 측 주장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안정적인 대출 공급을 위해서 인터넷은행들의 예대율이 80%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향후 1개의 인터넷은행이 소화하는 예금 규모는 3조~8조원 이상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 길이 멀다는 말이다.

케이뱅크 측도 결국 예금 모집보다 2500억원 수준의 증자를 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입장. “솔직히 속이 탄다. 정부 방침에 따라 출범했지만 사후 법 지원이 안되고 있다 보니 살얼음 걷는 기분.” 케이뱅크 관계자의 표현이다.

보안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내린다. 공인인증서로부터의 독립을 외치지만 정작 금융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를 은행에 묻게 되고 이는 정상거래 수수료를 올릴 명분을 제공한다는 게 현실적인 맹점이다.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보안 문제를 제쳐두고 공인인증서의 폐해만 부각하는 식으로 마케팅을 하다 사고가 나면 대응 방법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앞으로도 잠재위험이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잠깐용어 *인터넷전문은행 점포 없이 인터넷과 콜센터에서 예금 수신이나 대출 등의 업무를 보는 은행을 말한다. 소규모로 운영되고 별도의 부동산 비용이 들지 않아 예대마진과 각종 수수료를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4호 (2017.04.19~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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