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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가짜 논란 26년 ‘이름표’ 없이 전시된 천경자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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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오늘 일반 공개

작가 이름 등 정보 명기하지 않고

소장 기록, 진위논란 자료 보여줘

벽면 파서 걸고 무반사 유리로 차단

백남준·이불 등 100명 작품도 전시

중앙일보

진위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26년만에 일반에 공개된 ‘미인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무반사유리 속에 작가 이름을 빼고 전시됐다.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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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부터 위작 논란에 휩싸여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만 보관중이던 ‘미인도’가 26년만에 일반 관람객을 위한 전시장에 걸렸다. 하지만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로 소개되지는 않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미인도’를 포함, 약 100점의 소장품을 선보이는 특별전 ‘균열’을 19일 개막에 앞서 18일 언론에 공개했다. 그 중 ‘미인도’는 여느 작품과 달리 벽감, 즉 벽면 안쪽을 파서 공간을 마련하고 그 전면을 무반사 유리로 막아 관람객의 손길을 전면 차단한 상태로 전시됐다. 또 작가 이름 등의 정보를 명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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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와 그 진위 논란에 대한 미술관 안팎의 다양한 자료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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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그림 옆에 ‘미인도’를 미술관이 소장한 80년부터의 기록과 그 진위 논란에 대한 각종 자료, 언론보도를 함께 전시했다. 이에 따르면 처음 소장 당시 ‘미인도’의 작품 가격은 30만원 정도로 평가됐다. 또 작품 크기가 작아 작가(천경자 화백)의 대표작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중앙정보부장(김재규)이 소장했었다는 점 등도 적혀 있다. 천경자 화백이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한 계기인 90년의 순회전시 ‘움직이는 미술관’ 관련 자료, 당시 화랑협회의 감정서, 진품이 아니라는 천경자 화백의 공증서 사본 등도 포함됐다. 이같은 전시 구성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라는 단정 대신 ‘미인도와 진위논란’을 전시의 초점으로 삼은 듯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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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의 진위논란이 처음 불거진 1991년 당시 이 그림을 진품으로 판단한 화랑협회 감정서와 이 그림이 가짜라고 밝힌 천경자 화백의 확인서.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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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트로메우 마리 관장은 “작품의 진위 여부나 어떤 결론을 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미인도’가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감상의 대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이미 지난해 검찰이 ‘미인도’를 천경자 화백의 진품으로 판단한 마당에 굳이 논란을 재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으로도 풀이된다. ‘미인도’에 대한 국립현대미술관의 판단을 되묻자 윤승연 홍보관은 “진품이라고 믿고 있으며 검찰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거듭 확인했다. 작가 이름을 명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유족을 배려해서”라고 설명했다. 천경자 화백의 차녀 등 유족 측은 지난해 검찰 발표 이후로도 ‘미인도’가 위작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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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미인도' 전시장 모습. 정면의 벽감에 '미인도'가 걸려 있다. 앞쪽에 설치된 디귿자 모양의 조형물은 김민애 작가의 작품 '상대적 상관관계2'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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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미인도’ 가 걸린 벽감 앞에 디귿자 형태의 난간 모양 조형물을 설치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언뜻 관람객의 근접을 막기 위한 시설 같지만 이 역시 이번 전시 출품작인 김민애 작가의 작품 ‘상대적 상관관계2’(2013)다. 임대근 학예연구사는 이같은 작품 배치에 대해 “‘미인도’를, 진위논란을 떠나 ‘균열’을 제목으로 삼은 이번 전시의 컨셉트에 맞춰 선보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백남준·이불 등 현대작가 약 100명의 작품을 ‘몸’과 ‘믿음’이라는 두 가지 세부 주제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내년 4월까지 무료로 이어진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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