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4월 위기 없었다…한숨 돌린 한국 경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한국 경제의 ‘4월 위기설’이 말 그대로 설(說)로 끝날 전망이다. 위기의 주요 배경이었던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과 대우조선해양(042660) 법정관리 돌입 우려 모두 현실화하지 않아서다.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 ‘청신호’

이데일리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등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社債權者)는 이날 열린 세 차례 집회에서 이 회사 채무 조정(손실 분담) 방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회사채 절반은 빚을 주식으로 바꿔주고(출자 전환), 나머지 절반은 3년간 상환을 미뤘다가 이후 3년간 꿔준 돈을 나눠 받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빚 상환 부담을 크게 낮춘 것이다.

이날 대우조선 회사채 총 1조 3500억원 중 9400억원(70%)이 재조정됐다. 채무 조정의 7부 능선을 넘은 것이다. 회사채 약 3900억원을 들고 있는 ‘큰 손’인 국민연금의 막판 동의가 결정적 힘이 됐다.

사채권자 집회는 18일 또 열린다. 나머지 회사채 4100억원이 논의 대상이다. 2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도 있다. 정부는 모두 50% 출자 전환, 50% 만기 연장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 동의율이 매우 높았던 만큼 남은 집회에서도 안건이 순조롭게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CP도 규모가 작고 회사채 보유 회사가 CP를 같이 들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차질 없이 해결되리라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회사채·CP 채무 조정은 대우조선 살리기의 최종 관건이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3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무담보채권, 회사채·CP 등 총 2조 9000억원 출자 전환을 전제로 이 회사에 신규 자금 2조 9000억원을 투입기로 했다. 채무 재조정에 합의하지 못하면 대우조선을 단기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 플랜(P플랜)에 넣을 생각이었다. 이달 21일에만 회사채 4400억원 만기가 도래하는 등 1조 5500억원 규모 회사채·CP 상환에 따른 유동성 부족 문제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이번 채무 조정이 끝나면 대우조선은 본격적인 채권단 주도 자율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만약 P플랜마저 실패한다면 대규모 실업과 협력업체 연쇄 도산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것이다.

◇美·中 빅딜에…환율조작국 지정도 피해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월 위기설을 부른 또 다른 계기였던 환율 조작국 지정 우려도 기우로 끝났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14일(현지 시각) 공개한 환율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중국·일본·대만·독일·스위스 등 5개국과 함께 ‘관찰 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작년 10월 보고서와 같다. 관찰 대상국은 사실상의 환율 조작국을 가리키는 ‘심층 분석 대상국’ 아래 단계다. 당분간은 특별한 제재 없이 환율 정책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다.

한국이 환율 조작국 지정을 피한 결정적 계기는 미·중 두 나라의 ‘딜’(거래)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 도발 저지에 협조하면 무역·환율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제안하면서 환율 분쟁 가능성이 사그라진 것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우리나라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을 때의 대비책도 세워뒀지만, 결과적으로 예상대로였다”면서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 트럼프의 외환시장 구두 개입 등 일부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당분간 외환시장을 흔들 큰 이벤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꿈틀’…불확실성은 여전해

위기 뒤엔 기회다. 국내 경기는 최근 4월 위기설을 무색케 하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 5개월 연속 증가에 힘입어 생산·투자·소비 지표가 모두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도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6%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근거는 경제 회복세다. 한은이 경기 회복을 이유로 성장률 전망을 높인 것은 2013년 7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와 국제통화기금(IMF)도 17일 성장률 수정 전망을 발표한다. KDI는 앞서 작년 12월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 2.4% 성장하는 데 그치리라고 봤다. 수출 부진과 민간 소비·설비 투자 등 내수 둔화가 원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망치를 높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달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끌어내린 IMF도 다시 수치 상향 조정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마음 놓을 순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번에는 급한 불만 끈 것이어서다. 미국 환율 보고서는 오는 10월에 또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회생도 이제 겨우 첫발을 뗐다. 불씨(불확실성)는 남았다는 얘기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조작국은 지정 요건이 사실상 미국 마음대로여서 상존할 수밖에 없는 리스크”라며 “대우조선 역시 관건인 조선 업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채무 조정도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수출 회복도 국제 유가 회복·수출 단가 상승 등에 힘입은 것인 데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은 국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자본 집약적 산업이어서 경제 전반에 온기가 퍼지거나 경제 주체가 경기 회복을 느끼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