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남자방·여자방 외에 트랜스젠더 학생 위한 '성중립방' 마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강대 성소수자 협의회' 김지수 회장 인터뷰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어"

뉴스1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 김지수 회장(오른쪽)과 함성현 부회장© News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수업의 일환으로 숙박을 해야 한다는데 남자방, 여자방밖에 없다고 하네요. 트랜스젠더인 저는 어떻게 하죠? 학교에서는 그냥 여자방에서 자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올해 초 서강대학교 성소수자협의회로 트랜스젠더 학생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협의회는 즉각 대응에 나섰고 학교 측으로부터 사과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는 학내 총학생회와 단과대학생회, 동아리연합회 등이 포함된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의결권을 가진 국내 최초의 성소수자 학생단체다. 성소수자협의회는 지난 12월 학생대표들의 의결기구인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통해 단체 신설을 인준받았다.

뉴스1은 김지수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 회장을 만나 협의회를 만드는 과정, 그동안의 활동,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일단 성소수자협의회가 만들어지고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교내 학생회 임원진 행사를 위해 숙소를 마련할 때에도 남자방, 여자방만이 아닌 '성중립방'이 만들어졌다. 작은 변화지만 그동안 보이지 않았든 혹은 스스로 숨겨야만 했던 성소수자 학생들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협의회가 구성되기까지 평탄한 과정을 걸어온 것만은 아녔다. 불과 3년 전인 2014년 특별자치기구 형식으로 활동하던 중 협의회를 만들기 위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기구 신설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를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냉대였다.

"여성이나 장애인이면 몰라도 성소수자는 윤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소수자가 아니다." "너희들이 불편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

다른 학생들이 보기에 성소수자들이 느끼는 불편과 차별은 커 보이지 않았다. 결국 기나긴 토론 속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은 상처만 받았고 협의회 설립 안건은 부결됐다.

그 이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적 표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은 줄어들지 않았다. 성소수자 단체가 만든 대자보와 현수막이 철거·훼손당했고 학생들은 어떤 혐오범죄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두려움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 이쪽(성소수자) 친구들이 자살을 시도한 경우가 많았어요.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면 누가 자살하려 했다고 하더라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걸 보면서 느낀 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 친구들이 왜 죽어야 할까'하는 것이었요. 제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학교에서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김지수 회장은 좌절이 있기는 했지만 주변에 친구들이 학교만이라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녔으면 하는 마음에 협의회 신설을 그만둘 수 없었다.

다행히 성소수자 학생들도 해가 갈수록 더 뭉치고 강해졌다. 그리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행동이 나타날수록 오히려 교내 학생들은 '저건 아니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성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해 점차 자각하기 시작했다.

"매번 사업을 할 때마다 인준을 받는 형식에서 벗어나서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는 김지수 회장의 말처럼 이제 협의회는 독자적인 활동이 가능한 기구가 됐다.

현재 협의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을 '평등한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휴게실, 여자휴게실과 같이 '성중립휴게실'을 만들고 '젠더'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수업들을 확충하는 등의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

물론 이런 대학사회 내에서의 활동만으로 성소수자가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있는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는 조금이나마 소수자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대학을 만드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potgus@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