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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앵커브리핑] '그 모든 것은 극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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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 모든 것은 극적이었습니다. 단지 지난 4년간의 대통령직이 아니라 그녀의 부친이 현대사에 등장했던 56년 전의 그때부터 이어져 온 그 긴 시대를 마감하는 현직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구속.

막역했다는 친구와의 40년 우정은 대통령이라는 한 개인의 비극을 초래한 역설적 인연이 되었습니다.

시민이 준 권력의 사유화, 법치주의를 넘어선 통치의식, 소통을 틀어막은 권위주의.

무엇보다도 내 편과 네 편을 구분하고 내 편이 아니면 그 어떤 구실, 심지어는 종북 딱지를 붙여서라도 적대시했던 구태. 그렇게 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려 했던… 그 시대와의 결별을 간절하게 외쳤던 사람들이 광장에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그렇게 해서 사유화됐던 권력을 되찾았고, 그 대통령을 법치에 의해 탄핵했으며, 그들의 광장에서는 권위주의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광장에는 내 편과 네 편 대신, 있다면 오직 하나… 합리적 시민사회가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할수록 이 모든 것은 극적인 것이었습니다.

그 배는 자신을 외면하던 그녀가 묶인 몸이 되는 날 3년 동안의 심연의 시간에서 풀려났습니다.

법은 그녀의 7시간이 그 배의 운명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실체를 판단할 수 없었다지만…

겨울의 광장에서 시민들은 그 배에 대한, 그리고 그 배에 남아있을,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에 대한 염원을 고래에 싣고, 리본에 싣고, 가슴에 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춥고 길었던 겨울 내내 그 배는 이미 바닷속이 아닌 광장 위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마침내 그 배, 세월호는 지난했던 항해를 마치고 육지에 올랐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심연에 갇혀있던 그 배의 모습은 같은 세월을 지나온 한국사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찢기고 무너지고… 그래서 남겨진 사람들의 항해는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대선이라는… 이제 남은 겨우 한 달짜리 항해가 아니라 지난겨울 광장에서 시민들이 외쳤던 소망. 어둠을 이긴 빛으로, 거짓을 이긴 참으로… 그리하여 결국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긴 항해.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의 앞날도 또한 극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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