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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단독] 남대서양 화물선 침몰은 예고된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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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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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남대서양에서 대형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몰해 22명이 실종된 가운데 스텔라데이지와 비슷한 시기에 건조된 '스텔라 유니콘'호도 이달 2일 남대서양을 항해하던 중 선체 균열이 발견돼 긴급 대피했다. 이에따라 노후화물선이 해상 안전을 위협하는 연쇄 폭탄이 될지 모른다는 염려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해운업 불황으로 화물선에 대한 재투자 여력이 떨어지고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 안전감시로만 온통 눈길이 쏠리는 새 정작 사고위험에 취약한 노후 화물선에 대한 관리감독은 소홀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매일경제가 취재한 결과 지난해말 기준으로 이번 사고를 낸 해운사 '폴라리스쉬핑'이 보유중인 30척 선박 가운데 6척은 수명(내용연수)이 절반 이하만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 척이 지난달 31일 침몰한 것으로 추청되는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 데이지호다. 스텔라 데이지호의 경우 감가상각이 51% 이상 진행된 상태였다. 감가상각이란 자산의 가치를 수명에 따라 깎아나가는 절차를 말한다.

지난 2일 항해중 선체에서 균열이 발견돼 긴급 대피한 '스텔라 유니콘호(STELLAR UNICORN)'는 감가상각이 34% 가량 진행돼 비교적 노후도가 낮은데도 큰 결함이 발견됐다. 이 밖에 이 회사가 보유한 스텔라 코스모호(STELLAR COSMO), 스텔라 이글호( STELLAR EAGLE), 스텔라 페어호(STELLAR FAIR), 스텔라 갤럭시호(STELLAR GALAXY)'는 수명이 41~56% 밖에 안 남은 노후 선박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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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 부경대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교수는 "보통 선령 15년 이상이면 노후 선박으로 보는데, 선박이 노후화할수록 선체의 부식정도가 심해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철광석 등 무거운 화물을 싣는 선박은 다른 선종보다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폴라리스쉬핑 이외에도 국내 해운업체들이 운항하는 배들 가운데 상당수가 낡은 화물선이라는 점이다. 실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화물선 가운데 20년 이상된 노후 화물선의 비중은 지난 2014년 53.3%에서 올 2월 현재 59.3%로 껑충 뛰었다. 전체 화물선 10척 중 6척은 20년~30년 가까이 운항해 대대적인 개조 또는 교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노후화물선들이 늘고 있는 것은 침체된 해운경기 탓이 크다. 해운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물동량 감소로 해운업계 수익성이 악화되고, 선박에 대한 재투자를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게 잇단 사고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양사고 발생현황은 화물선이 2014년 111건, 2015년 115건, 2016년 116건 등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여객선 사고건수는 각각 51건, 66건, 65건이었다. 대외적으로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화물선 사고가 해마다 두배 정도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얘기다.

한 해운업계 종사자는 "선박 정기검사를 통과했다고 해도 불안감 탓에 항해사들 사이에서는 선령 20년이 넘는 배는 가급적 타지않으려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스텔라 데이지호는 선령이 25년에 달한다. 이 배는 2013년 4월 정부 정기검사, 2015년 5월 중간검사, 2016년 8월 연차검사를 잇따라 통과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따라 검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진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한 선박들은 정기·중간·연차검사 등 각종 검사를 통과한 선박들"이라며 "꾸준히 새 배로 교체해 현재 30년이 넘은 선박은 한 척도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스텔라데이지호에 타고 있던 한국인 8명과 필리핀인 선원 14명은 사고후 열흘이 넘도록 실종상태로 아직 구명벌 등흔적을 못찾고 있다. 현재 군함 화물선 등 총 6척의 선박과 항공기가 인근해상을 돌며 5차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태욱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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