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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Why] 불법 프로그램으로 블로그 순위 조작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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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성형외과·로펌 등이 이용, 효과 확실하자 웃돈까지 건네…

순위 끌어내리는 앱도 등장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블로그 순위를 올리거나 내리는 불법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한 일당과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한 의뢰인 80여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판매한 순위 조작 앱은 네이버 검색창에 특정 문구를 입력했을 때 결과 중 상위에 노출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을 이용한 업체들은 유명 성형외과, 로펌, 한의원, 음식점, 마케팅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이 앱이 인기를 끌자 몇 달 지나지 않아 이 앱을 모방해 블로그 순위를 끌어내리는 앱도 등장했다.

조선일보

블로그 순위 조작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IP 주소를 바꿔가며 블로그에 접속해 조회 수를 높였다. 경찰에 압수된 스마트폰들. /서울경찰청지능범죄수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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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프로그래머 이모(39)씨는 특정 블로그에 반복 접속해 방문 횟수를 올리는 스마트폰 앱을 만들었다. 블로그에 이용 후기를 올려 고객을 모으는 입소문 마케팅이 유행하니 순위 조작을 해 인기를 높여주는 앱을 만들어 돈을 벌겠단 심산이었다. 이씨가 만든 앱은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구조로 돼 있었다. IP 주소(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등에 부여된 고유 번호)를 무작위로 변경해서 의뢰인이 요청한 검색어를 입력하면 의뢰인의 블로그에 5~10분에 한 번씩 자동 접속되는 식이다. IP 주소를 변경하면 해당 사이트에서는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접속하는 것처럼 방문 횟수가 올라가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프로그램 배포는 윤모(33)씨가 맡았다. 마케팅업계 종사자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라는 글을 수차례 올렸고 체험 기간이라며 1주일을 공짜로 사용하도록 해줬다.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면 이들은 이용료로 월 33만원을 요구했다.

이씨가 만든 앱은 실제로도 효과가 좋았다고 한다. 한 성형외과 의뢰인의 경우 검색어로 '압구정 필러' '압구정 보톡스' '보톡스 잘하는 곳' 등 최대 10개까지 입력할 수 있었는데 해당 문구들을 검색하면 의뢰인의 블로그가 검색 페이지 상위권을 점령했다. 경찰은 "맨 위는 아니더라도 2~4위 안에는 블로그가 노출된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 시간에 최대 12번, 한 달이면 8000번 이상으로 접속 횟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마케팅 업계에서 해당 앱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들이 60개 업체로부터 앱 이용료로 3개월간 받은 금액만 3억원에 달했다.

이들이 만든 앱이 인기를 끌자 블로그 순위를 끌어내리는 앱도 등장했다. 프로그래머 홍모(28)씨는 작년 5월 이씨가 순위 조작 앱을 만들어 수억원대 부자가 됐다는 소문을 듣고 이씨의 앱을 본떠 경쟁업체 블로그 노출 순위를 내리는 앱을 개발했다. 홍씨의 앱은 이씨 것보다 인기가 더 높았다. 앱이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23명이 "경쟁사의 블로그 순위를 떨어뜨려 달라"며 의뢰를 해온 것이다. 월 10만~40만원을 받고 앱을 배포한 홍씨는 앱 인기가 갑자기 높아지자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방문자 수를 늘리는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많았지만 포털사이트 내에서 걸러지곤 했는데 이번 사건은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포털사이트의 보안이 뚫린 경우"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 이씨와 윤씨, 홍씨 등 3명과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순위 조작을 시도한 8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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