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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U “메이 총리 안보 카드는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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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협상 시작부터 파열음

유럽의회에 보낸 탈퇴 서한에

군사·정보 교류 연계 의지 보이자

英 내부서도 “자해적인 행동” 비판

양측, 미래관계 협상 병행도 이견
한국일보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브렉시트 협상대표가 29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회의장에서 영국의 ‘브렉시트 서한’ 전달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내용을 평가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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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공식 선언하자마자 EU와 영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탈퇴 서한에서 무역협정과 유럽 안보협력을 연결시키는 ‘안보 카드’를 꺼내 들자 EU 지도자들은 ‘협박’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2019년 3월까지는 마무리돼야 할 영국과 EU의 ‘원만한 결별’을 위한 협상이 시작부터 파열음을 낸 것이다.

메이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앞으로 보낸 6쪽짜리 서한에서 “(원만한) 탈퇴 협상의 실패는 안보 분야에서 범죄와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협력 체제의 약화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유럽의 공동경찰 시스템인 유로폴과의 정보교류 등이 협상 패키지의 일부”라며 안보 협력 문제를 탈퇴협상에서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유럽의회는 영국이 군사ㆍ정보분야 협력을 탈퇴 협상과 연계시키려는 시도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격앙한 태도를 보였다.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나는 숙녀(메이 총리)를 신사적으로 대하려 하기 때문에 ‘협박’이란 단어를 쓰지 않겠다”는 성차별적 발언까지 하며 메이 총리를 비난했다. 유럽의회 내 최대 중도좌파그룹인 사회민주진보동맹의 지아니 피텔라 대표도 “협상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저울질하는 일은 충격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가 안보 문제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에 영국 내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다. 영국이 오히려 손해라는 이유다. 닉 맥퍼슨 전 재무부 사무차관은 “범죄와 테러리즘에는 국경이 없다”며 “유효한 위협 카드가 될 수 없다”고 말했고 노동당 중진 이베트 쿠퍼 의원도 “심각하게 자해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앰버 러드 내무장관은 스카이TV에 “메이 총리가 안보와 무역을 연계시킬 의도는 없었다. 두 가지 다른 협상이 있다는 뜻”이라고 논란 진화에 나섰다. 영국은 유럽대륙과 여전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로 묶여 있기에 유럽의 집단 군사안보체제에서 떨어져 나가지는 않겠지만 EU 내부 안보협력제도인 유로폴을 비롯해 범죄인인도협정, 용의자 경고 시스템 등은 협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EU는 메이 총리의 ‘탈퇴협상-미래관계협상 병행’ 제안에도 이견을 보였다. 메이 총리는 서한에서 “영국의 EU 탈퇴 협상과 동시에 양측의 미래 관계를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브렉시트) 협상은 먼저 얽힌 관계를 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며 그 이후에 미래 관계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先)탈퇴 합의’ 원칙을 강조했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 역시 “브렉시트 협상 이후 EU 27개국과 영국의 미래관계 협상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U에 협상 병행을 요구하는 메이 총리도 영국 내에서는 스코틀랜드의 ‘브렉시트-제2독립투표 병행’ 공세를 받고 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늦어도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되는 2019년 초까지 스코틀랜드의 두 번째 독립투표를 시행하자”며 압박을 가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의회도 전날 스터전 수반의 독립투표 발의안을 통과시켰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서한에서 “우선 하나의 영국으로 협상한 후 유럽으로부터 되돌려 받은 권한을 자치정부와 나눌 것”이라며 브렉시트 협상이 끝난 후에야 독립투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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