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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제2의 장시호' 대학 체육특기생 학사관리 '엉망'…학사경고 3번 이상 받고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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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학 체육특기생 학사관리 실태조사 결과 발표

학생 394명, 학사경고 세 차례 이상 받고도 제적 안당해 졸업

아시아투데이

1996년~2016년까지 대학 체육특기생 학사경고 3회 이상 누적자 미제적 현황 및 처분 검토(안)/제공=교육부



아시아투데이 남라다 기자 = 국내 대학들이 체육특기자에 대한 학사관리를 상당히 부실하게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20년간 학사경고를 세 차례 이상 받고도 학칙과 달리 제적당하지 않고 졸업한 체육특기생이 394명이나 됐다. 또한 최순실씨(61)의 딸 정유라씨(21)와 같이 교수나 학생이 대회 출전으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체육특기생을 대신해 시험을 치른 사례도 적발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올해 2월까지 정씨와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38)의 학사특혜로 촉발된 ‘체육특기생 학사관리’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체육특기생 100명 이상인 한국체대·용인대·경희대·조선대·고려대(안암)·단국대·중앙대·연세대·원광대·성균관대·한양대 등 17개 학교다. 조사는 1996년부터 2016년까지 20년간 졸업자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교육부는 지난 20년간 체육특기생에 대한 학사부정을 저지른 교수 448명과 학생 332명 등 780명(중복 인원 제외)을 적발했다. 이들은 징계나 고발 등의 처분 대상이다.

학사부정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학칙과 달리 학사경고를 세 차례 이상 받고도 제적당하지 않은 채 졸업한 체육특기생은 394명이나 됐다. 대학별로 보면, 고려대가 23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연세대 123명, 한양대 27명, 성균관대 8명 순이었다.

이들에 대한 졸업 취소는 없을 전망이다. 교육부가 체육특기자에 대한 ‘학사관리 부실’ 책임을 학생 개인에게 물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졸업 취소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면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장시호씨 역시 연세대 학사부정으로 졸업했다는 사실을 적발하고도 이와 같은 이유로 졸업취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교육부는 위반건수 등을 기준으로 이들 4개 대학에 ‘기관경고’와 행정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특히 5개 대학 소속 교수 5명, 학생 3명 등 8명은 군대 입대와 대회 출전 등으로 인해 시험을 응시하지 않은 체육특기생을 대신해 시험을 보거나 과제물도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체육특기생은 병원 진료사실 확인서의 진료 기간과 입원일수를 고쳐 수업에 빠지고도 학점을 취득해 적발됐다.

적발된 학생 중 57명(9개 대학)은 프로구단에 입단해 학기 중 수업을 듣지 못했고 공결(출석 인정 결석) 처리도 안됐는데 출석과 성적을 인정받기도 했다. 교수 중 일부는 학칙 상 출석 일수가 미달한 프로 입단자에게 학점을 부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연루된 교수는 370명이다.

학생 25명(6개 대학)은 장기간 입원하거나 재활치료로 수업을 듣지 못했는데도 담당 교수 98명은 이들 학생의 출석을 인정하거나 학점을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13개 대학의 학생 417명은 출석일수를 다 채우지 못했는데도 학점을 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교수 52명이 부실하게 성적·출결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리 시험이나 과제물을 대신 제출한 혐의를 받는 교수와 학생의 경우 학칙을 위반한 것도 있지만, 공·사문서를 위조한 것인 만큼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성적·출결을 부실하게 처리해 적발된 사안과 관련해서는 대학 측에 해당 학기 학점 취소를 요구하고 담당 교수와 강사는 사안의 경중을 고려해 징계나 주의·경고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징계 등의 구체적인 처분 수위는 이달까지 소명과 이의제기 절차 등을 거쳐 확정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에 체육특기자 학사관리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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