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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美 대선 경선 후보, '여성비하' 옛 기고문으로 곤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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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 출신 제임스 웹, 거센 비난에 '영예졸업생' 상 포기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지난해 미국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로도 거명됐던 제임스 웹(71) 전 상원의원이 38년 전 잡지 기고문과 관련해 모교인 해군사관학교가 수여하는 상을 포기했다.

워싱턴 포스트(WP), 캐피털 가제트 등에 따르면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해군 장관과 국방부 차관보(동원예비군 담당)를 지낸 후 연방상원의원(2007∼2013년, 미주리주)을 지낸 웹에 대해 해사 일부 졸업생들이 영예졸업생 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유명작가이기도 한 웹은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시한 후 수상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해사 동기(1968년 임관)로 영예졸업생 선정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뮬런 전(前) 합참의장은 웹을 해사의 명예를 빚낸 영예졸업생 수상자로 선정, 오는 31일(현지시간) 이 상을 수여할 예정이었다.

사관학교 졸업과 함께 해병대 장교로 베트남전에 참전, 중상까지 당할 정도의 "특출한 영웅적 행동"으로 해군 십자훈장과 상이훈장을 받기도 한 웹에 대해 일부 졸업생들이 반기를 든 것은 1979년 '워싱토니언 매거진'이라는 잡지 기고문 때문이다.

'여성은 전투할 수 없는 존재'(Women Can't Fight)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고문에서 웹은 "군에서 여성에게 적합한 보직은 존재하지만, 전투 보직은 아니다. 남성이 전투 지휘를 할 수 있게끔 준비하게 하는 전문기관(사관학교)에서 여성의 존재는 오히려 준비에 해악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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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웹 전 상원의원[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기고문은 또 해사 기숙사인 '벤크로프트 홀'(Bencroft Hall)이 "육감적인 여성의 꿈"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동문은 이 기고문이 남자 생도가 여성 생도를 괴롭힐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정책"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1981년 졸업생인 로런 미클로스 예비역 중령은 웹의 이 기고문이 생도들이 지금도 인용하는 "살아 있는 문서"라며, 웹에게 영예졸업생 상을 수여하는 것은 "복부를 가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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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사관학교 기숙사 앞을 지나는 여성 생도[위키미디어 제공]



비난이 거세자 웹은 성명을 통해 여성도 전투에 투입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한 전국적인 열띤 토론 과정에서 이 글을 쓰게 됐다면서, "좀 더 성숙했더라면 그런 글을 분명히 쓰지 않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미 해사 동문회 회장인 로버트 넬러 예비역 대장은 "웹의 최근 발언은 38년 전 기고문 내용에 대한 개인적 견해가 어떻게 변했는지 반영하는 것"이라며 "오랫동안 공직에서 봉사한 공적 기록을 토대로 영예졸업생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웹은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다룬 소설 '화선'(Fields of Fire)을 1978년 발간,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군에 올랐다. 이후 그는 '영예감'(A Sense of Honor), '이런 국가'(A Country Such as This), '죽을 만한 것'(Something to Die For) 등의 소설을 펴냈으며, '교전수칙'(Rules of Engagement) 같은 영화도 제작하기도 했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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